-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독특하게도 권일용, 고나무의 논픽션 에세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아직 '프로파일링' 수사 방식이 도입되기 전의 시대 상황, 하지만 극중 국영수 팀장이 일갈하듯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가 깊어진다'는 산업사회의 가장 어두운 음영 '연쇄 살인'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경남경찰청 윤외출 수사팀장과 우리나라 첫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등이 중심이 되어 만든 '범죄 행동 분석팀'의 등장과 활약을 한겨레 신문 고나무 기자가 함께 에세이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에세이를 첫 작품인 박보람 연출과 설이나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작품화시켰다.
이제 단 1회를 남겨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에세이'가 담고 있는 '범죄 행동 분석팀'의 탄생이라는 서사적 상황과, 그 상황을 극적인 요소를 지닌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송하영(김남길 분), 국영수(진선규 분), 윤태구(김소진 분) 등의 주축이 되는 경찰 캐릭터들, 그리고 김해선,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연쇄살인범들의 사건을 실감나게 조화시켜냈다.
특히 첫 회 어린 시절 물에 빠질 뻔한 상황 속에서도 수장된 시신을 발견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두려움이나 공포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하는 송하영이란 인물을 등장시키며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의 결을 공감케 한다. 이성적이며 분석적인 직업군이상, 원작 에세이에도 나오듯이 프로파일러는 범죄를 '심리'의 관점에서 수사하는 경찰이라는 직업적 소명을 강조하며 드라마적 감수성을 살려낸 것이다.
송하영, 사직서를 내다
하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남다른 연민을 가지고 프로파일러로 헌신적으로 수사에 몰두하는 송하영이었지만, 차마 같은 동족의 인간이라고 입에 담기조차 힘든 잔혹한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그 범죄에 대한 일말의 반성이나 후회는 커녕, 마치 신이 된 양 송하영 앞에서 떠벌리는 범죄자들을 면담하고 수사하며 점차 피폐해져 간다.
또한 연쇄 살인의 특성상 범인을 잡지 못하는 한에서 동일한 범죄가 계속 되풀이 되는 상황은 송하영에게는 빨리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작용한다. 그 '강박'은 범인을 잡기 위한 가장 빠른 길로, 스스로 '범인되기'라는 늪에 송하영 스스로 자꾸 빠져들어 만든다. 10회, 병실에서 그 스스로 토로하듯 자기 안에도 그들과 같은 또 다른 '악마'가 내재해 있지는 않은가라는 두려움이 송하영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런 송하영의 트라우마는 사고로 이어졌다. 혼수 상태에 이은 오랜 재활,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크게 다친 건 송하영의 마음이었다. 찾아온 국영수 팀장에게 '사직서'를 내민 송하영, 다시는 '범죄 분석팀'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전한다. 어머니와 함께 하는 평범한 시간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소망 앞에 국영수는 송하영과 국영수가 다르지 않다는 에필로그처럼 송하영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발걸음을 돌린다. 국영수만이 아니다. 에세이로 만든 드라마지만,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연기에 힘입어 송하영이 연쇄살인범들을 마주하며 그들에게서 한 마디라도 범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가를 잘 보여주었기에 송하영의 '좌초'는 시청자들에게도 필연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다시 돌아온 송하영
그렇다면 과연 쓰러진 송하영을 다시 일으킨 동인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송하영이 병원에서 있어도 세상의 범죄는 쉬지 않았다. 허길표(김원해 분)가 부임한 경기도 경찰청에는 여성들의 실종 사건이 연달아 등장한다. 한때 송하영을 견제하고 비난했지만 이젠 송하영의 진가를 그 누구보다 인정하는 박대웅 반장이 스스로 송하영를 청한다. 범죄자들을 면담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난을 지탄을 받고, 프로파일링 자체가 외면받던 시절을 지나, 이제 현장에서 연쇄 살인의 징후를 판별하고 프로파일러의 청하는 시기에 이른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tv 뉴스조차 외면해 버리는 송하영, 그런데 그가 입원한 병원에 그가 맡았던 첫 번 째 사건 피해자 최화연의 어머니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와 마주친 최화연의 어머니, 한참 뒤 어머니는 송하영에게 도시락과 함께, 울부짖는 어머니 곁에 조심스레 하영이 남겼던 손수건과 편지를 함께 보낸다. 그리고 퇴원을 앞둔 송하영에게 절둑이는 걸음으로 바삐 사온 군고구마를 건넨다. 사랑하던 딸이 죽고, 더구나 자고 가라는 딸을 놔두고 돌아선 그 사실에 더욱 살 수 없을 거 같던 어머니, 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송하영, 그리고 그 뒤 그의 활약을 보면서, 어머니는 송하영같은 이들의 애씀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전한다.
어머니가 주신 군고구마를 눈물로 삼킨 송하영, 찾아온 국팀장에게 사무실에서 보자고 한 송하영은 퇴원하는 날 바로 범죄 분석팀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리고 사건 수사본부가 꾸려진 경기도 경찰청으로 달려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러 권일용 씨를 모티브로 한 송하영, 실존 인물이 가진 현실감에, 극적인 개인사를 곁들여 프로파일러의 탄생을 극적으로 승화시켰다. 여전히 구태의연한 경찰상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형사과장 백준식, 기수대장 허길표, 범죄분석팀장 국영수 등을 통해 선이나 악, 그 어느 한 면만을 보여주었던 경찰 캐릭터를 넘어 직업적으로 고민하고 애쓰는 현장감 넘치는 경찰의 새로운 면을 부각시켜냈다.
거기에 제작진이 주인공 송하영 못지 않게 공을 들였던 윤태구 기수대 2팀장 역시 전형적인 여성 경찰의 캐릭을 넘어서, 긴 머리를 나풀거리면서도 자신의 소신에 강직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에서 개인적 고뇌를 가진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여성 경찰의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
덕분에 프로파일러, 그리고 범죄 분석팀 탄생의 '입지전적인 위인전'이 아니라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는 프로파일러 탄생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의리'와 '정의'에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보다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범죄 수사의 일보를 내딛는, 21세기 버전의 수사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