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의 가난은 온전히 아이들의 어깨에 얹힌다

- <집으로 가는 길> , <일곱 명의 파블로>

by 톺아보기



최근 넷플릭스 <수리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수리남'이 국가명이라는 사실조차 생소했을 듯합니다. 그런데 정말 '생소'한 건 드라마적 상상력을 전제로 한다쳐도 한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 아닐까요. 그런데 정말 드라마일 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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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까지 함께 가줄래?


<집으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한 소녀가 집으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학교를 마친 소녀, '사자'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우리 집까지 함께 가줄래?' 소녀에게는 집으로 가는 길이 어떻길래 '사자'의 도움이 필요한 걸까요.



소녀와 함께 길을 떠난 사자, 당연히 거리의 사람들은 놀라자빠집니다. 반면 사자와 함께 한 소녀는 든든합니다. 사자의 등에 올라타 버스보다도 빨리 날듯이 집으로 향하는 소녀, 서둘러 소녀가 향한 곳은? 아직 걸음도 걷지 못하는 어린 동생을 맡긴 집입니다. 어린 동생을 빨리 데리러 가고 싶어서 소녀는 사자에게 붑탁한 걸까요? 엄마 젖대신 쪽쪽이를 문 동생을 데리고, 소녀는 식료품 가게에도 들려야 합니다. 그리고 겨우 돌아온 집, 하지만 소녀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일을 나간 엄마 대신 요리를 하고 동생을 먹입니다. 사자는 앞치마를 두른 소녀가 동생과 함께 일터에서 돌아온 엄마를 맞이할 때까지 함께 해줍니다.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 엄마는 소녀와 젖먹이 동생을 품에 안고 잠이 듭니다. 그런 가족의 머리맡에 있는 사진 액자, 그곳에는 아까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사자처럼 갈기머리를 한 아빠와 가족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소녀의 아빠는 어디갔을까요? 소녀가 자신의 '보호자'로 청한 '사자'는 누구를 대신한 걸까요?



사진 액자 옆에 놓인 신문에는 '1985년 내전 기사'가 실려있다. 이 그림책을 쓴 작가는 하이트 부이트, 1070년 콜롬비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라파엘 요크텡는 1976년 페루에서 태어나 1980년 콜롬비아로 이주했습니다. 이들이 살았던, 살고 있는 콜롬비아는 <수리남>의 수리남과 같이 중앙 아메리카의 국가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인구, 독일의 3배나 되는 면적의 국토, 하지만 콜롬비아의 역사는 좌우의 대립에 마약 카르텔이 얽힌 끊임없는 내전으로 중첩되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고향을 떠났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바로 그런 콜롬비아 현실을 그려냈습니다. 그림책 속 사자는 소녀의 '사라지거나, 목숨을 잃은' 아빠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남은 아빠는 현실에서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가녀장'이란 용어처럼, 그림책 속 소녀는 돈을 벌어오는 엄마 대신 가정을 이끕니다. 장도 보고, 어린 동생도 돌보고, 그런 그녀에게는 사라진 아빠보다, 사자와 같은 용기가 더 필요한 건 아닐까? 학교를 마친소녀를 기다리고 있을 긴 하루를 헤쳐나가기 위해 '사자'와 같은 마음을 소환한 건 아닐까요?






가고 싶으면 가도 돼, 하지만 내가 부르면 언제라도 와줘. 꼭






서정적인 이야기에 담긴 가슴아픈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 <집으로 가는 길>은 제11회 ‘바람 끝에서 상’ 수상, 베네수엘라 방코 델 리브로 제30회 어린이 부문 ‘최고의 책’ 선정, IBBY 어너리스트(Honour List)에 선정되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파블로들






'세상에는 많은 파블로들이 있어요. 그들은 모두 하나예요. 회전하는 지구와 출렁이는 파도의 리듬에 맞춰 그들의 심장도 똑같이 뛰고 있으니까요',







<일곱 명의 파블로들>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현재 멕시코에서 살고있는 작가 호르헤 루한이 글을 쓰고, 이탈리아의 대표적 일러스트레이터인 키아라 카레르가 그림을 그린 <일곱 명의 파블로>는 라틴 아메리카에 사는 일곱 명의 '파블로'라는 이름의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칠레에 사는 파블로는 광부의 아들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하루 종일 700m 땅속에서 드릴로 바위를 뚫다 지쳐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듭니다. 국가 경제의 대부분이 '구리' 수출에 의존하는 칠레의 현실입니다. 에콰도르의 파블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아마존 밀림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르헨티나의 소년 파블로는 군사정권에서 탈출하여 멕시코로 갔습니다. '냉혹한 군인들의 행진, 무자비한 군홧발에 짓밟힌 집들' 여전히 소년의 시 속에서는 그 잔혹했던 기억이 남겨져 있습니다.



그림책 속 국가들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각 국가의 현실들을 살펴봤습니다. 우리보다 넓은 국토, 풍부한 천연 자원을 가진 국가들, 하지만 한결같이 이념의 대립을 겪으며 '독재' 정권의 시대를 지났고,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지난 역사의 잔재와 <수리남>에서 등장한 마약 카르텔의 영향력 아래 여전히 가난과 극심한 빈부격차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브라질 올림픽 당시에도 전세계적 문제가 되었듯이, 그림책 속 브라질 소년 파블로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뒤져 하루를 살아갑니다. 왜 학교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 소년에게는 연필도, 공책도 없습니다. 그림책이 발간된 2017년 현재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입니다.



가이아나의 소년 파블로는 뉴욕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하지만 소년의 아메리칸 드림은 팍팍합니다. 브롱코스의 단칸방, 사촌 형제들과 파블로 가족들은 서로 12시간씩 그 방을 '사용'합니다. 사촌들이 방에서 지내는 시간, 파블로는 '거리'를 떠돕니다. 그럼에도 멕시코의 또 다른 파블로는 여전히 미국행을 도전 중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건너간 미국, 소년 파블로는 두번이나 붙잡혀 돌려보내졌습니다. 파블로는 오늘도 어머니가 준 목걸이를 걸고 미국을 향합니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나눠주던 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던 아이들, 하지만 아이들은 보살펴주는 대통령을 뽑는 대신, 부의 국가로 향합니다. 거대한 자본주의의 아성, 미국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라틴 아메리카의 또 다른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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