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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톺아보기 Sep 20. 2023

꽃이 피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이 피었다. 

엊그제 목련이 피는가 싶더니, 오늘 벌써 봄바람에 미처 만개도 못한 꽃잎들이 나무 아래 무성하다. 

어젯밤에 본 벚꽃은 이제 몽우리가 졌는가 싶었는데 오늘은 제법 화사하다. 


해마다 피는 꽃이건만 해마다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꽃이 피었네 라며. 

되돌아보니 내가 꽃이었던 젊은 시절을 지나고서 늘 그래 왔다. 


여자의 일생 같다며 채 활짝 피기도 전에 누렇게 겉잎부터 지 풀어 떨어져 나가는 목련을 애달파했더 것이 서른 중반이었나, 되돌아보면 그때도 여전히, 아직도 꽃 같았건만 지레 나이 듦을 목련에 빗대어 서러워했다. 그렇게 몇십 년을 해마다 꽃이 피고 짐을 감탄하고 거기에 내 감정을 실어 보내며 지내왔다. 


그리고 오늘 밤 다시 번져가는 벚꽃의 무리를 보니, 거기에 실어 피고 졌던 내 마음이 떠올려진다. 몽우리를 맺고 피고, 다시 활짝 피고, 어처구니없이 지는 꽃들처럼, 해마다 내 마음도 그래 왔다. 지난 몇십 년을, 그리고 올해도 변함없이 피는 꽃을 보는 감탄과 함께 한숨이 내쉬어지듯 내 마음은 꽃과 함께 계절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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