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에 두고 온 신발

by 이재

경찰서에서는 면과 커리를 얻어먹고 어제 가려던 숙소로 걸어가기로 했다. 날씨는 어제보다 얌전해졌고, 가는 길에 마을이 있어 여차하면 돌아가는 선택지도 있기 때문이다. 다리도 무겁고 춥지만 그게 최선 같았다. 탈 것은 기대할 수가 없고, 인터넷이 없어 먼 길을 떠나기에는 위험했다. 날씨는 내일 완전히 풀린다고 했으니 회복을 기다려야 했다.


숙소로 가는 길도 험난했다. 홍수의 여파가 남아있었다. 발목까지 잠기는 물, 허리까지 들어가는 진흙길, 부서져 끊긴 길 등. 결국 진흙에 왼발이 빠졌는데, 발이 빠지지 않아 신발을 진흙에 둔 채 맨발로 탈출했다. 맨발에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된 채로, 숙소까지 걸어갔다.


C89EE56D-FA1C-4A2C-9CAA-A8781537E720_1_105_c.jpeg 한쪽만 남은 신발. 떠날 때는 이것도 버리고 왔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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