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일이 벌어지면
우리는
설명을 들춘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맥락이 있었는지,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설명이 늘면
잠시 안심한다.
이해로 사건을
포장한다.
하지만 이상하다.
설명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불안은 줄지 않는다.
우리는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해가 무엇을 바꾸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는 말한다.
“나는 왜 이렇게 슬픈지 알지 못하겠다.
이 슬픔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나는 아직 배워야 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 이유를
사업 때문일 것이라고,
사랑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안토니오의 슬픔은
잦아들지 않았다.
현실은
설명이 끝났는지와 무관하게
계속 움직인다.
설명은 때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와 함께 머물 뿐이다.
안토니오는
자신의 슬픔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는
설명을 모으지만
불안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다.
어쩌면
슬픔과 불안,
설명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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