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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국은 영화를 자르는군요

30분 이상 삭제된 인도영화들 이야기

by raSpberRy
unnamed.jpg 비나이다 비나이다...


한국에서 마이너 중에 마이너인 인도영화를 파다 보니 오늘도 인도영화가 들어왔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정화수를 떠놓고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들어갑니다. 그러다 2년에 한 번 꼴로 수입 소식이 뜰 때가 있는데 이런 걸 보게 되면 짜게 식습니다.


먼저 가장 최근에 올라온 영화부터 언급해보죠 《베다: 스페셜 킬러》라는 영화입니다.


vedaa.jpg 빌어먹을 세상... 내가 뜯어 고치고 싶은 건 영화를 자르는 현실이었어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직 특수요원이 은퇴 후 시골 마을에서 학생들에게 권투를 가르치는데요, 마을에 군림하는자에 의해 가족을 잃은 한 소녀가 그에게 특훈을 받는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얼핏 내용만 들으면 코치가 복싱선수 가르치는 복싱판 《당갈》 같은 영화같이 보이지만 그런 내용이면 ‘스페셜 킬러’라는 제목이 붙지 않았겠죠.



vedaa_compare.jpg


영화의 러닝타임은 151분인데요 국내 심의 통과 러닝타임은 120분으로 31분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처음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존 에이브러햄이라는 배우… 한때 한국영화 《아저씨》의 리메이크작인 《록키 핸섬》에 출연하여 인도 아저씨라 불렸던 배우인데 이 배우의 2022년 출연작 《Attack》이라는 영화는 국내에 《더 테러: 인디아 해즈 폴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attack_compare.jpg


이 영화는 121분짜리를 싫다고 90분대로… (어질…) 백 분 이해해서(이해못함) 150분은 그렇다 하더라도 2시간짜리를 치는 건 상도덕이 아니지 않나요? 그래서 해당 회사는 좀 찔렸는지 《더 테러: 인디아 해즈 폴른 디 오리지널》 이라는 버전을 따로 만들지만…



attack_original.jpg

10분차이 뭐하는 것이묘… 121분이라고요 121분…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action.jpg


《특수요원 S》라는 2019년 타밀어 영화는 역시 158분에서 125분으로 역시 33분이 삭제된 채 들어왔습니다.


문화 후진국이나 영화를 자르는건데 IMDB 2~3분 차이면 그렇다 쳐도 30분이면 이건 뭐…


《브루탈리스트》 같은 영화는 3시간 30분에 인터미션도 있는데 인도영화는 120분도 길다고 자르는군요. 둘이 급이 같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급이 다르면 영화가 잘려도 되는지. 그리고 잘릴 거면 국내 들어올 이유가 있는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으니 여러 회사들이 '저건 잘려도 아무도 모르는가보다' 하고 마구잡이로 칼질하는 행태가 지금 한국의 영화 유통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더라고요.




하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제 머릿속엔 ‘왜?’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엄연히 수입가격이라는 게 존재할텐데 영화를 잘라서라도 내걸겠다는 그 심리가 이해가 안 가서 어떤 유형이었을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습니다. (진짜 그랬다는 게 아니고 가설, 소설입니다)


① 다른나라나 해외 마켓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이거다 싶었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충격적으로 길었고(????) 영화가 한 30분 짧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자세)


② 나는 인도영화 같은 건 안 보는 시네필이라 아무 관심 없었는데 내 지인이 돈을 주며 어떻게든 이 영화를 수입해달라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들여왔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회사 이름 걸고 팔아먹는 거라 제가 트림 좀 했슴다. (꺼지세요)


③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 비용은 10분 당 12만원이고 영-한 번역 분당 최저 2500원이니 토탈 43만 5천원 아끼고 조아쓰! (쪼잔해)


영화 《세 얼간이》가 40분이 날라가서 개봉되었던 게 2011년이었습니다. 14년동안 이 나라의 영화 산업은 변한 게 없는 겁니다.


naver.jpg 한국의 문화적인 의식...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베다: 스페셜 킬러》 수입-배급하는 회사가 극장 개봉을 준비하는 영화로 《헤러틱》이 있습니다. 영화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영화사 영화는 굳이 보고 싶지 않네요. 불매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 개봉이 될지 말지 모르는 《Marco》는 141분인데 성히 수입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년에 한 번 볼까말까인데 개봉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래가지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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