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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초 여성 슈퍼히어로 《Lokah》이야기

by raSpberRy

지난 8월 28일 케랄라 지역의 대표적인 명절인 오남(Onam) 시즌에 개봉된 영화 한 편이 인도 전역에 화제가 되었는데요, 바로 《Lokah》라는 제목의 영화로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말라얄람어권을 벗어나 다른 언어권 등으로 상영이 확대되어 가는 중입니다.


Synopsis

초능력자들의 비밀 조직 소속인 찬드라는 지령을 받고 스웨덴에서 인도로 건너옵니다. 이곳에서 장기밀매 조직 범죄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를 막는 것이 그녀의 임무가 됩니다.



영화 제목인 ‘Lokah’라는 단어는 세상, 영역, 존재 등을 뜻하는 산스크리트 단어라고 합니다. 우리 안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슈퍼히어로의 영역을 보여주며 세계관을 확장할 예정인데요.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건즈 앤 굴랍즈’ 등의 작품에 출연한 말라얄람어권의 톱스타 둘쿼 살만의 지휘 하에 이뤄졌는데요, 감독이자 각본가인 도미닉 아룬이 초기 아이디어를 가져와 두 사람의 미팅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사실 여성 주연 영화는 할리우드 조차도 투자를 받기 쉽지 않은 조건인데 제작자인 둘쿼는 영화의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그 어떤 요구조건도 걸지 않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칼리야니 프리야다르산


주인공 찬드라 역을 맡은 배우는 칼리야니 프리야다르샨이라는 배우로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장르물에도 재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Antony》라는 영화에선 폭력적인 삶에 휘말린 권투선수 역을 맡아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녀가 영화 커리어를 먼저 시작한 영화는 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공개되었던 인도 대표 슈퍼히어로 《크리쉬 3》의 제작팀 이었습니다. 어쩌면 인도의 본격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게 최초의 여성 슈퍼히어로가 될 운명적인 발판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jalli.jpg 영화 《잘리카투》 의 산티 발라찬드란


감독인 도미닉 아룬과 함께 각본을 쓴 산티 발라찬드란의 본업은 배우로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잘리카투》에서 주축이 되는 인물 중 유일한 여성인 소피 역을 맡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총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제 첫 장인 ‘찬드라’가 끝났고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다음 프로젝트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액션영화 답게 액션은 뤽 베송의 액션 영화 사단으로 활약했다가 현재는 인도에서 활약하며 샤룩 칸의 《자완》 등 히트작의 굵직한 액션을 지도한 야닉 벤이 지도했는데 빠듯한 예산 때문에 단시간의 강도 높은 연습과 훈련을 반복해야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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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만한 점


힌두교도가 80%에 육박하는 인도사회인 만큼 인도의 슈퍼히어로도 사실 힌두 신화에서 온 크리쉬나 하누만, 칼키, 브라마스트라 전설 등이 차용되었으나 이 영화 《Lokah》는 케랄라 지역 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차별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찬드라는 ‘야크시’라는 여성형 정령(혹은 흡혈귀) 설화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라는 점이 독특한 점입니다.


또한 높지 않은 제작비인 3억 루피(한화 약 48억)를 투입해서 만들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큰 사랑을 받은 《RRR》같은 경우 900억에 가까운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영화인데 그것의 약

1/15 수준의 제작비로 상업영화를 만든 셈이죠. 결국 한정된 예산을 극복하는 것은 효율성과 아이디어의 싸움이고 극장 영화 위기의 시대에 귀감이 될 영화들이 인도에서 여럿 나오고 있는데 국내에선 연구대상도 아닌 것 같고 확인할 길도 없는 것 같아 이 점은 아쉽네요 …


그리고 말라얄람어 영화는 2021년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영화 《잘리카투》나 우리나라 최초로 리메이크하는 인도영화 《Drishyam》,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소개된 하드코어 액션영화 《마르코》 등 드라마, 스릴러, 공포, 액션, 실험적인 작가주의 영화는 물론 《Lokah》같은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상업영화까지 영화인들 스스로가 영화적인 실험성과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산업이 크지 않은 만큼 발리우드처럼 기본 10억 루피(한화 약 160억) 수준의 높은 제작비를 투입하는 작품을 쉽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자신들의 언어권 영화의 부흥을 위해 힘쓰며 인도 내에서 모범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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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에 힘입어 영화는 개봉 2주차에 말라얄람어권 흥행 순위 5위 안에 안착했고 결국 말라얄람어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거둔 영화로 기록 되었습니다. 영화는 확장된 세계관을 염두에 두고 속편 제작이 확정 되었다고 하네요.


OTT는 넷플릭스와 계약 논의중이라는데 스크린으로는 볼 수 없나요? 웁쓰… 제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잊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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