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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Jan 02. 2024

그래서 네 마음은 뭔데??

졸혼... 결정 후 홀가분하다?? 아니면....

졸혼.... 그리고 1월 1일에 아이아빠는 자기가 나간다고 한다. 지금 집은 전세대출을 많이 한 집이라 대출 빼면 몇천 남지 않는다.  

그래서 주말에 얼마 안 되는 재산(?)과 각자 자동이체 되어있는 생활비등을 정리하자고 한다.

아이들은 내가 데리고 사는 대신 양육비를 준다고 한다.

그리고 방을 구하는 거 도와 달라 했다. 집 근처에 구해서 아이가 언제든지 오고 갈 수 있게  하겠다고... 서류상 부부... 아이 앞에서 부부... 당분간 이렇게 지내보기로 했다.

다른 이들은 뭐냐고 할 수 있겠지만, 감수성 예민하고 착하디 착한 우리 아들 아직 사춘기도 안 왔는데 부모가 큰 상처를 주는 게 너무 미안해서 아이가 좀 더 성숙할 때까지만 이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 부부에게는 이게 최선인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졸혼.. 이혼 도장만 안 찍은 남...

나와 남편은 서로에게 좋은 모습으로 더 이상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을 선택을 한 것 같다..

웃으면서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잠시 떨어져서 있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여러 번 생각했던 문제였고 상황극도 여러 번 머릿속에서 재연도 해 봤었는데. 실제 이런 상황에 놓이다 보니 참..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회사에 출근하면서 차 안에서 노래를 들으며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올라 눈물 참느라 좀 힘들었다. 미련이 남아 서냐고?? 아니다.. 내 20년 결혼 생활이 짧디 짧은 단편 영화 한 편처럼 스르륵 지나갔다. 힘든 일도 즐거웠던 일도 상처를 준 일도 상처를 받았던 일도 행복했던 순간도 바로 어제처럼 생생하게 지나갔다.... 그 짧은 순간에... 

20년 살았는데 아무 감정이 없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까?? 그래도 남편은 착하고 다정한 남편이자 아이 아빠였다. 

집을 나가겠다는 남편의 말에 쓸쓸함이 느껴지면서 왠지 모를 미안함이 생겼다. 차라리 그냥 내가 혼자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단점이 있겠지... 혼자 살면 외로울 수 있고, 또 아이들하고 살면 일 다니면서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양육비를 받더라고 급여가 작아서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겠지... 하지만, 여기서 누가 더 낫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결론은 지금보다는 여러 가지로 둘 다 힘들 거라는 거.... 알기에..

나의 갱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이 힘듦이 잠시 스쳐가는 갱년기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거의 반 백 살을 살고 또 그 남은 시간을 살기 위한 나의 힘찬 도약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는 욕을 할 지도 또 누군가는 응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결혼이라는 큰 선택도 내가 했고 졸혼이라는 선택도 내가 했으니 내 삶에 책임은 져야 하니까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또 다른 미래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나를 숨 막히게 했던 삶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였으니 우선 숨 좀 쉬어야겠다.

내 선택을 도와준 아이 아빠에게도 고맙고, 내 뜻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준 큰 딸도 고맙고 아직 이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아들에게는 빚을 지고 있다는 맘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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