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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Dec 14. 2023

2023.12.13. 졸혼

다시 좋은 친구로.. 아이의 부모로...

2003.12.27.. 우리가 20년 전에 결혼한 날이다.

정말이지 가진 것 하나 없는 집의 장남, 장녀로 태어나 정말 밑바닥부터 시작하고 결혼 후 두 번의 집문제로 빈털터리가 되고 빚만 남은 인생에서 다시 시작해서 현재는 다행히 빚은 없고 얼마 안 되는 돈을 둘이서 힘들게 모았다..     


20년 동안 정말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로 서로를 힘들게 했고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서로에게 때로는 날카로운 상처를 주고받고, 때로는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 주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예전 부모님 세대들처럼 아무리 맞지 않는 성격이고 힘들게 하는 상대방일지라도 그저 묵묵히 이해하며 한평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알았다..

두 아이의 부모로 서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들을 위해 울음을 삼 껴가며 살아가는 것이 나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라 곱씹으며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나 자신을 세뇌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아이들 때문에만 살았다면 물론 그건 아니다. 내가 아이 아빠를 분명 애증의 관계처럼 미워할 때도 사랑스러울 때도 고마울 때도 있던 시간들이었다.

근데 왜 이제 와서 놓으려고 할까? 나 자신이 일 년 동안 많은 고민을 하고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도 하고 미래는 어떨지도 생각해 봤다.

 

예전에 한 코미디 프로그램 중 이휘재 씨가 나왔던 상황에 따른 다른 결심하면서  두 가지 결말이 주던 그런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그때 항상 외쳤던 ‘그래 결심했어’ 이 한마디에 전혀 다른 상황과 결말이 주던 충격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았다.. 그때 보면서 나도 이럴 거 같은데 하며 봤었는데.... 현재 내가 그랬다....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이럴 땐 경제적, 그리고 아이가 받을 충격 등등 어떤 미래가 서로에게 좋을지를 생각해 봤다.

그럴 때마다 결론은 그래 그냥 같이 사는 게 여러 가지로 좋을 거야 하며 마무리를 짓곤 했다...


근데 말이다...

이젠 내가 안 되겠다... 숨이 막혔다... 정말 갱년기가 이토록 강렬한가??

예전에는 잘 참고 견디던 일들이 이젠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이 숨 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전에는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기에 참았던 것인가.... 작년 이후로 콩깍지가 이제야 벗겨진 건지 참으려고 할 때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이 불쑥 들어 참는 게 힘들어졌고. 아이 아빠가 화를 낼 때 예전 같으면 심장이 쿵쿵 뛰면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대꾸할 말을 찾지도 못하고 그저 미안하다고 했지만 이젠 그러고 싶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자주 화를 내거나 나쁜 사람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성격이 급하다 보니 화는 내가 자주 냈다..

그냥 차분하고 논리적인 사람이라 하나씩 짚고 넘어가면 난 정리가 되지 않는 말로 대꾸를 하다 보니 목소리만 커지고 결국은 이 사람의 말이 다 맞는 것 같아 내 잘못인가 보구나 하며 사과를 해야 했던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다 혼자 곰곰이 생각하면 내가 뭔 잘못이지?? 다시 의문이 생기지만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남자와 아주 감성적이고 성격이 급한 여자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 상반된 성격을 가진 부부가 노년까지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거기다 둘 다 지기 싫어하면서 자존심은 세고 손해 보는 건 또 싫어해서 정말이지 결혼 십 년 동안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20년 살아왔다...

이혼이라는 법적인 서류는 아이 문제로 당분간 안 하지만, 근처에 떨어져 살면서 아이의 사춘기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합의했다. 

그래도 아이가 덜 상처받았음 하는 마음은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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