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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주가 궁금하다.

축시...

by 불곰 엄마

가끔 살면서 궁금해지는 게 나의 미래가 아닐까 싶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엔 그저 어려운 집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한 삶인 듯 살았고, 사춘기가 접어들면서 그제야 평온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함께 돈 없어 매점도 맘대로 같이 다닐 수 없는 내 처지가 비교되기 시작했다.

중3... 고입을 앞둔 내가 부모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인문계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어렵게 내뱉었지만 몇 초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장녀니까 상업계 가서 졸업하고 돈을 벌어 집에 보태야 한다는 강한 어조의 부모님 말씀에 고개 숙이고 눈물만 뚝뚝 흘렸을 때 첨으로 부모님을 원망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태어난 게 너무 원망스럽고 그냥 사는 거 자체가 고문 같아서 죽고 싶었던 사춘기 시절이었던 거 같다...

미래가 보이지 않은 삶.....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사치였던 시절....


이렇게 어린 시절을 지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핑크빛 미래란 걸 꿈꾸었으나 그것도 잠깐 한 순간이었다. 나랑 맞지 않는 남편과의 미래는 또다시 절망이란 현실로 다가왔고 다시 나에게 미래는 없어 보였다.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꽉 막힌 벽이 눈앞에 있는데, 저 건너편에 과연 다른 세상이 있을지...... 궁금했다.

남들처럼 답답할 때 속 시원하게 얘기해 주는 점집을 찾아가기엔 무섭고, 혹시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더 힘들 것 같아 궁금하기만 미래를 그저 모르는 게 약이란 생각으로 접어둘 적도 많았다.


근데 지금 난 이미 이혼으로 맞지 않는 남편과 헤어져 맘 편한 생활을 하고 있고, 아이들과도 사이가 좋아 셋이 즐겁게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회사도 커나가면서 내 자리도 안정적으로 되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부평을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사진도 찍고 코인노래방도 가서 신나게 놀다 가는 길에 사주. 타로가 눈에 확 띄었다.

뭔가 이끌리듯 아이들한테 엄마 사주 한번 볼게 말한 뒤 거침없이 들어가 앉아 애정운 사업운 자식운 등등 궁금한 것 한 가지 보실 거냐고 물어서 아니다 전체로 내 사주 한번 봐달라고 말했다

우선 남자복은 없단다...... 외로운 사주라 결혼생활도 외로웠을 거라고 말해 너무 놀랐다. 그리고 사주에 남자 그다지 없어서 외롭단다..... 그래도 59세에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라 그 사람 잡으란다... 헉.. 앞으로 십 년 뒤다....... 남자로 태어났어야 하는 사주라서 그렇고 결혼 안 했으면 정말 승승장구할 사주였단다.... 뭐 이미 지난 거니까.. 믿거나 말거나겠지.

사업은 하지 말고 직장운이 58세까지 쭉 있으니 지금 다니는 직장이나 잘 다니고 돈은 번 만큼 나간다고.... 그래도 돈 때문에 힘들 사주는 아니고 노후에도 안정적이어서 그다지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54세 때 건강에 문제 생길 수 있으니 건강관리 잘하라고 하셨다.

그 뒤 아이들과 관계 등등을 묻고 딸아이 알바 면접 때문에 아쉽게 일어섰다.


사주.... 내가 태어날 날과 태어난 시로 알아보는 이것이 내 일생을 전부 맞출 수는 없지만, 그래도 더 나쁘지 않은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남자복 없는 건 맞네~~ 역시 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할 운명이었던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해졌고 그냥 내 인생 누구의 도움을 바라고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힘내서 살아가면 되겠구나.

어릴 땐 힘이 없어 힘이 없는 날 원망했지만, 지금은 뭐든 할 수 있는 나이기에 우리 아이들한테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고 싶다.


우리 아들이 나오면서 한마디 했다. ‘엄마 너무 비싼 거 아냐?? 굳이 비싸게 주고 그걸 듣고 싶었어??’ 별 얘기 같지 않은 걸 4만 원을 지불한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난 웃으며 얘기했다 ‘ 응 안 아까워~ 그냥 속이 시원하네~ 그리고 엄마 일 계속 다니고 노후에도 좋다잖아~ 너희 하고도 잘 지낸다고 하고!! ’

아들은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뭔가 알 것 같다는 표정의 딸아이와 서로 씩~ 웃으며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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