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경고장.....면담
오랜만에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새해가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대표님이 전 직원을 상대로 면담을 하셨다
전 직원이래야 열명남짓이라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며칠에 걸쳐 직원들 면담을 하고 마지막 내 차례가 되었나 보다.
무슨 교무실에 끌려가는 학생처럼 잔뜩 긴장을 하고 들어가게 되더라...
머릿속엔 내가 요즘 잘못하는 거 있는지 재빠르게 굴려도 보고 말이다.
본격 면담이 들어갔다..
대뜸 나보고 요즘 저녁에 노느라 피곤해서 점심에 낮잠을 자는 거냐고...
소문이 자자하단다....
‘엥 뭔 소리지..... 낮잠은 항상 자던 건데... 새삼스레 왜??’
난 좀 어이가 없어서 ‘아니요 저녁에 집으로 가는데 뭘 노느라 피곤하다는 건가요?’
그랬더니 ‘아니 뭐 저녁에 노는 것 같고 뭐라 그러는 건 아니고..’하며 씩 웃으셨다.
그러면서 본격 면담이 시작됐는데.....
이건 거의 혼나는 수준이었다...
내가 말투가 건방지다고 업체에서 그랬다고...
또 감정기복이 심해 직원들이 힘들어한다고...
대표인 자기한테도 말투가 톡톡 쏘는 것 같아서 직원들 볼 때 민망했다고
마지막으로 연차를 쉬는 날과 이어서 너무 쓴다고 직원들 모범이 안 된다고
연차 쓸 땐 본인과 상의하고 쓰라고....
음..... 대충 이 정도??
업무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그건 얘기할 만한 게 없으신가 보다...
얘기를 하나씩 차분히 듣고 이번엔 왠지 대꾸하기도 싫었다...
내가 얘기하면 분명 변명으로 들리고 이미 딱 정해서 얘기하는 건데 무슨 말이 더
필요했겠나....
다른 때 같으면 좀 억울해서 눈물부터 나왔을 텐데,,,,,
이번에 왜 그랬는지... 여차하면 잘릴 것 같아서 그런 건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그렇지 않아도 내 말투로 나도 오해 많이 받는 거 알아서 이번 오십 세부터는 정말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만 하고 말았다.
이건 내가 잘못 살아온 거다...
나의 쏘는 듯한 말투 마음과 다르게 나오는 말투는 나도 힘이 들었다...
근데 참 고치기가 쉽지 않아 여태껏 방관한 것 같다
하지만 나이 오십이 되니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오해를 받아 상처받는 것도 나고
나의 말투로 인해 상처를 주는 것도 나이기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보였다
아무튼 몇 가지는 나의 어른스럽지 않은 것 때문에 생긴 거라 반성했던 사항이어서 그리
억울한 일은 아니었는데 연차는 모든 직원이 편하게 쓰고 있는 상황이라 내가 그렇게 안 쓰면 오히려 눈치 보는 것은 직원들일 거다...
물론 대표님이 거의 나를 찾으시니 내가 유독 연차를 그리 쓰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내가 없으면 바로 티가 나기에....
에효.... 그럼 연차도 이젠 눈치 보면서 평일에 쉬어야 하나보다....
뭐 원하면 그렇게 해야지... 어쩌겠어...
면담을 가장한 최후의 경고장을 받은 나는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여기에 있으려면 윗사람한테 잘 보여야 하니 말이다.
단지 업무에 대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건데... 직원이 일만 잘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닌가 보다.
그래서 요즘 내 평생의 문제가 되었던 말투를 교정 중이다.
우선 톤이 높아 감정기복이 나타나는 게 티가 났고 표정을 숨기지 못한 것도 한몫했기에
목소리 톤을 낮추는 연습과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람의 감정을 숨기는 게 참 쉽지 않기 때문에 고치기까지는 오래 걸릴 듯하다.
어쩌면 나의 죽을 때까지 할 숙원사업 같은 것이 바로 말투와 감정 숨기기다.
책상 모니터에 몇 가지를 적어놨다
1.목소리에 힘을 빼고 낮은 톤으로 말하기.
2.끝을 살짝 올려 말하기
3.입가에 미소를 항상 짓기
4.사적인 대화를 하지 않기.
5.말은 적게 경청은 오래 하기.
이제 시작이다.
더 나은 나의 노년을 위해 노력하는 거다.
그리고 회사는 나에게 돈을 주는 곳이니 그곳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
언제든 잘릴 수도 박차고 나갈 수도 있는 곳이지만, 그냥 내 인생의 연습장 같은
곳으로 생각하련다.
더 좋은 모습의 내가 될 수 있는 연습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