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십 세 생일 파티

나의 첫 생일파티..

by 불곰 엄마

생일이란 뭘까?? 그저 엄마 뱃속에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나온 날이다.

어느 엄마의 뱃속에서 나왔는지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고 살아갈 환경이 달라진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부모가 가진 환경을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는 힘없는 존재......


그랬다.. 나도 어렵게 살고 있던... 가정에서 태어나 두 남동생들과 같이 생일이란걸 챙김을 받지 못하고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냈다..

지금이야 흔한 케이크도 예전엔 친구 생일이나 잘 사는 사촌 생일에서나 볼 수 있었고, 그것조차도 맘껏 먹어보지 못하고 눈치만 보던 시절을 보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던 시절, 친구 생일 선물 살 돈조차 없어 생일파티에도 가지 못하던 내게 생일은 그저 사치였다.

힘든 가정에서 오로지 책임감만 던져주는 부모님이 가끔 어린 나이에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왜 태어나게 해서 날 힘들게 만드는지... 이럴 때 하는 말...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그리 졌길래......’


결혼하고서 시댁에서는 생일날엔 나가 놀더라고 가족이 잠깐이라도 모여 케이크에 불을 켜야 하는 일을 당연시 여겨 그게 너무 신기했고 결혼한 나도 이 익숙하지 않은 절차에 나름 물이 들어갔다.

그래서 나 결혼 후부터 우리 부모님 생신도 내가 나서서 이 어색한 생일 케이크 촛불 행사로 시작하고 식사로 마무리했다.. 처음 부모님의 표정이 생각난다.... 그 어색해서 몸 둘 바 모르시던 모습...

이렇게 생일이란걸 결혼 후부터 가족끼리 모여 케이크 촛불 끄고 밥 먹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남편은 생일 때가 되면 친구들하고 모임을 갖고 즐기다 오기도 했지만 난 누굴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그저 생일이 그냥 케이크 먹는 날이 되어 버렸다...

생일 파티라는 걸 안 해봐서 그런가... 뭔가 한이 맺힌듯한 느낌....^^


근데 이번 오십 번째 맞는 생일... 나에게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바뀌게 해 준 나이가 오십이다

사람 초대하는걸 좀 버거워하는 성격 탓에 집을 컨셉별로 꾸며도 부를 사람도 없었고 오는 것도 피곤해하던 나였는데 이번엔 좀 바뀌었다.

2년 정도를 일본에 자주 갖던 탓인지.. 이자카야의 느낌이 좋았다. 딸하고 가서 마신 생맥주와 음식들.. 편의점.... 등등 이번 봄맞이 컨셉을 이자카야로 하고 베란다를 오픈 후 꾸몄다.

다들 이자카야 같다고 말들을 해줬고, 나도 이젠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즐기는 걸 배운 후라서

같이 집에 와서 놀자고 한 건데 그게 마침내 생일과 맞물려서 모두 모이게 됐다

생전 처음 가족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수다 떨면서 먹고 마시고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물론 회사 퇴근하고 와서 음식 준비하고 다 간 다음 설거지하고 치우느라 고생은 좀 했지만, 그것조차 즐겁게 했을 정도니 내가 많이 바뀌긴 한 것 같다.


왁자지껄하게 생일 축하를 받는 게 너무 행복했다.....

어린 시절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오십 살에 느낀 것이다.. 그전에 있던 아쉬움도 이젠 남아있지 않고 이 좋은 사람들과 오래오래 같이 갔으면 하는 새로운 바램만 생긴 하루였다.


살다 보면 뭘 생일에 집착하냐는 소리를 듣긴 하지만, 그래도 각각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공평하게 생일이라는 건 있지 않은가.... 일부러 생일을 모른 척할 뿐이지... 가슴 한켠엔 내가 태어난 게 그래도 축복받았구나 하는 감정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친구와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