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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

- 내 돈 내놔~ -

by 불곰 엄마

추석 연휴 첫날 난 아이들과 마트를 가서 장을 보려고 모아둔 현금 봉투를 꺼냈다.

엥?? 뭐지?? 빈 봉투였다.!!!

도둑이 들었나... 우리 집엔 아들과 나 둘 뿐인데...

분명 며칠 전에도 봤던 현금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아들을 의심하기엔 몇십만 원의 돈을 다 가져갈 만큼의 깡이 있는 애도 아니고 여태까지 내 방에 굴러다니는 돈 만원도 없어진 적이 없는 데 그게 다 사라진 것이다.

한참을 찾다가 어디에도 없어서

내가 어디다 썼나?? 그랬겠지.... 물론 쓴 기억은 없지만,,, 잃어버린 사람 잘못이니 어쩌겠는가 잊어버려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같이 가기로 한 친정엄마한테 현금을 빌리고 장을 봤다.

거긴 현금만 받아서...

며칠 지나고 딸이 추석 때 받은 현금을 친정엄마 주려고 내가 갖고 대신 딸한테는 입금을 해주면서 집에 있는 작은 금고에 딸이 보는 앞에서 넣어놨다. 물론 비밀번호는 나만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일요일이 돼서 엄마한테 가기 전 금고를 열었더니 어머나!!!! 돈이 또 사라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아니 이번에도 현금만 달랑 사라졌다. 안에 넣어둔 금팔찌는 그대로인데 돈만 싹 하고 사라지니 어이가 없었다. 이건 분명 나밖에 모르는 비밀번호고 우리 애들은 그럴만한 애들도 아니고 그럼 나였다...

근데 난 아무 기억에도 없다. 아니 꿈결에서도 어렴풋이 생각나는 그런 것도 없다.

아예 내가 했다면 이렇게 기억이 삭제가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아무튼 몽유병인가?? 나 그런 거 없었는데.

수면제 부작용으로 그런 경우가 있다던데 여태 먹었던 수면제가 갑자기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고? 그렇다고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두 번 먹을까 하는데? 난 갑자기 무서워졌다 치매인가? 치매라고 하기엔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기억이 안 나거나 문제가 없었다.

참.... 그럼 수면제를 먹지 말고 있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회사에 출근하고 엄마에게 못 준 돈 중 추석용돈이라도 드려야지 하고 또 봉투에 담아서 금고에 넣고 혹시 몰라 아들방 붙박이 장에 넣어놨다. 설마 이렇게까지 하는데 사라지겠어? 하고 아들한테도 엄마가 밤에 들어와서 금고 열고 있으면 말 걸라고 했다.

수면제 안 먹으니 당연 아무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한 난 다시 일요일이 돼서 금고를 열었더니 또 돈만 사라졌다....

음.. 이젠 수면제도 아니란 거다.... 그럼 극심한 스트레스밖에 없는데... 그 스트레스의 진원지인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느껴졌다. 얼마나 스트레스받았으면 몽유병 증세로 돈을 감춰....

아이들과 내 방을 다 뒤지고 거실 주방 신발장 다 확인해 봐도 안 나온다. 나에겐 큰돈인데 그리고 내 방과 거실에 홈캠을 설치했다. 잘 때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보려고....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임 감지 동영상을 살펴도 잘 때 뒤척임 빼고는 움직임이 없었다. 혹시 돈이 없어서 안 일어났나? 하는 생각에 현금을 조금 찾아 금고 안에 넣고 잤는데.. 이틀째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에효 돈도 찾아야 하는데 대체 어디다 숨긴 걸까.. 혼자 생각하다 피식 웃곤 한다.. 친정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왜 나 줄 돈이 없어지는 거야?? 하시길래 엄마한테 일요일에 드려야 하니까 내가 토요일 밤에 일어나서 숨기나? 내가 엄마한테 주는 돈이 무의식적으로 아깝나?? 하며 둘이 깔깔대고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심각하게 생각하면 그게 더 안 좋을 것 같아 편하게 생각했다. 고치면 되겠지...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거야 하며...


퇴근하고 집에 가면 보물 찾기를 30분 정도하고 있다. 대체 내 보물은 어디 간 거야??

홈캠에 혹시 내가 자다가 몽유병 증상이 있으면 그걸 저장해서 병원에 가져가려고 한다. 뭐 병원에서 보시면 좀 더 정확하게 검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제발 스트레스로 일시적인 것이면 좋겠다.. 아무 문제없기를... 보물도 꼭 찾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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