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서 좀 받아주세요-
날 위해 안 되겠다...
월급을 줄여도 말 안 한다 해도 난 여직원과 한 공간에 있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몇 년을 참다가 한번 봇물 터지듯 터져버리는 이건 해결이 안 될 거 같다.
둘이서 한 공간에 있는 거 자체가 나의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그 직원이 나에게만 주는 그 뚱한 표정과 공주처럼 앉아서 내가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모습도 너무 싫었다.
말 섞는 것도 얼굴을 마주치는 것도 내가 어쩔 수 없이 말하면 싸하게 쳐다보는 것도 그리고 분위기 운운하는 것도 이젠 다 싫었다
벌써 세 번째 돈만 어디다 감추는 몽유병 증세... 회사에다 말하고 사직서 쓰자
상사분께 사직서를 올리면서 이런 증세가 생겼다. 아무래도 극심한 스트레스가 문제인 거 같다 사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서 저 좀 짤리게 해 달라... 부탁했다.
점심때 사장님 호출... 대체 왜 그러는거냐며 문제 되는 거 다 말하라고.. 퇴사는 안 된다고 하셔서.. 아니다 내가 못 견딜 것 같다. 이번에 수면행동장애가 왔다. 근데 그게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돼서 생긴 것 같아 좀 쉬면서 내 몸을 재정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정말 둘이 안 되겠냐고. 하시면서 그럼 서로 원하는 거 같으니 사무실을 따로 쓰자고 하셨다. 얼굴 안 보면 좀 괜찮지 않냐고 지난번처럼 그냥 따로 떨어져 있으면 서로 좋을 것 같다 또 스트레스받는 거 뭐냐고 물으시면서 다 맞춰줄 테니 퇴사는 말자고 하시면서 자기도 요즘 여러 가지 문제로 공황장애 왔다면서 잠도 못 자고 술을 계속 마시면서 버텼다고 하셨다. 그러니 어디 갈 때 정해진 거 아니면 좀 더 있어보자고 간곡하게 말씀하시는데 딱 잘라서 아니 됩니다라고 말을 못 하겠더라. 그래서 몇 가지 더 힘든 거 말씀드리고 이게 개선이 안 되고 제가 같은 스트레스 또 받으면 그땐 사직서 받아달라고 부탁드렸다
그제야 안심이 되셨는지 알았다면서 우리가 십 년을 함께 해왔는데 앞으로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사직서 다시 줄 테니 가서 찢어버리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난 다시 사직서를 버려야만 했다.
면담 끝나고 여직원과 얘기를 하셨는지. 다음날 여직원도 생산팀장도 기분 좋게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사실 현장과 거리가 있어서 좀 힘들었는데 잘 됐다고 하면서 말이다. 거기는 cctv도 없어서 더 좋다면서 옮겼다. 현재 우리 사무실은 추석 지나고 cctv를 설치했는데 이게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느낌이 좋지는 않았다. 나도 사무실이 편하지 않아서 점심시간에 차에서 쉬고 있다.
아무튼 며칠사이로 어수선한 분위기는 자리 배치를 다시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볼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 공간에 같이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맘이 편해졌다.
여직원과 나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다른 직원들은 얼마나 불편해했을까. 그게 미안해서라도 그만두고 싶었는데
또다시 이렇게 되고 말았으니.... 더 이상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지 않게 여기서 방황을 끝내었으면 좋겠다.
사람 미워하는 것도 힘들다.
제발.. 이게 끝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