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쌍피를 해내셨네요~~ -
회의시간에 일이 터졌다.
내가 재무 쪽이다 보니 돈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위치라 내가 미워하는 여직원이 맡은 부서가 항상 타깃이 되긴 했다. 그쪽 업무를 너무 잘 알아서 생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난 돈을 아끼려 한 건의 사항이 그 여직원을 타깃으로 생각한 사장님과 상무.... 또 둘이서 나에게 왜 일을 더 만드는지 상무는 여직원 편을 들면서 따지고 다른 직원들 앞에서 망신 아닌 망신을 주는데 나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더라...
머릿속은 참자 참자 그러는데 내 몸은 견디지 못하고 일어섰다 그리고 나갔다.
엄청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나도 안다... 이 얼마나 큰 일인지...
심호흡 몇 번하고 다시 들어가 직원들 앞에서 사과하라는 사장님의 말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내가 느낀 건 더 이상의 인내심도 나에게 남아있지 않았구나. 남아있는 건 힘들겠구나. 다 힘들어지기 전에 무조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회의 끝난 후 사장님께 다시 한번 사과를 하면서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그러니 사장님 왈 지난주 금요일에 여직원이 여상사 갑질로 퇴사한다고 사직서를 썼단다.
나참 어이가 없어서 누가 누구에게 갑질이란 건가? 내가 신고해도 모자랄 판에 여상사 갑질??
큰 소리 한번 친 적이 없어 속에 응어리져 있는 게 난데 어디서 갑질이란 표현을 쓰는지 아무튼 노동청에 들어가면 회사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말에 그럼 저를 퇴사시키는 거로 마무리하시라고 그리고 그 직원이 다니면 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것도 안 된다고 하시더라.
이젠 다른 직원들도 그 직원의 민낯을 좀 아는지 회사에 피해를 주는 건 맞다고 하시면서 괴로워하셨다.
아마 이젠 내가 사직서를 안 내도 권고사직 당할 상황이 된 거다..
차라리 잘 됐다.
그동안 두 여직원 때문에 힘들었던 직원들도 이젠 편안해져야지...
다음날 사직서를 상무에게 전달하니 받으면서 이것도 써야 한다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공문과 조사서였다...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닌가? 내가 괴롭힘 당했는데 가해자 신분으로 이걸 써야 하는 거야?? 거기다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사람한테? 회사에서는 만약에 대비한 일들을 나에게 요구하는 거에
너무 화가 났다
상무에게 그럼 나도 여직원 괴롭힘으로 신고하겠다. 난 그 직원 때문에 공황장애로 2년간 병원을 다녔고 혹시 몰라 그 직원이 나에게 갑질한 일까지 증거로 다 적어놨는데 나도 신고하냐고?? 하며 속상한 마음에 따졌다. 그저 사장님 생각해서 해달라고만 말하는데 참..... 그래 십 년을 같이 동고동락한 회사를 이만큼 같이 키운 나에게 너무한 거 아니야 하는 분노도 잠시 힘들겠다는 사장님한테 더인상 민폐를 끼치기 싫어 가해자 신분으로 조사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12월 말까지 인수인계 할 테니 직원 빨리 뽑으시라고 말하고 나갔다
이틀 내내 또 울었더니 이젠 울 기운도 없이 앉아 있는데 상무가 휴가를 내고 집으로 가라는 것이다. 뭐 자기들끼리 대책 회의를 하려는 거겠지 하고 나와서 차에 탔는데
한참 울다가 갑자기 내가 왜 울지?? 원하던 대로 퇴사했잖아 근데 왜 울어?? 기뻐해야지?
하는 생각에 눈물이 저절로 멈추고 이젠 자유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다.
그렇게 하루를 편하게 휴가를 보낸 다음날 출근하는데 세상이 좀 달라 보였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입에선 노래가 흥얼거리고, 심장도 벌렁거리지 않는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로운 출근길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밝게 인사하는 내가 이상한지 뭔 일 있냐고 묻는 상무에게 퇴사할 생각에 너무 행복해서 그런 거 같다고 말하니 상무는 그럼 회사가 잘못했던 거였냐고 묻길래 그런가 보네요~하고 말했다.
드디어 나를 내보내니 상무는 얼마나 후련할까?? 몇 년 전 입사당시 나에게 비선실세니 뭐니 하면서 자기가 이인자인 줄 알고 왔는데 아니었다 등등 이런 말로 나를 견제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는데 몇 년 사장님과 영업 쪽으로 친밀하게 지내면서 가스라이팅을 했는지 나를 직원들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을 만들어 놓고 내보내는 거니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난 간다!!
자기가 뽑은 여직원으로 하여금 날 그만두게 만드니 일타쌍피 아닌가??
사장님과 상무가 나를 부르더니 인수인계를 회사가 타격이 없게 돌아갈 때까지 하란다.. 이게 뭔 말이야?? 내가 하던 업무가 많아도 그렇지 어떻게 몇 달이고 인수인계를 하라는 거냐? 나도 쉬면서 일자리 구해야지 이미 그만둔 회사에 뭔 또 충성을 바라는 건지.. 사람들의 욕심은
끝도 없더라.....
최대한 하겠지만, 나도 제 살길을 찾아야 하니 직원을 빨리 뽑으시라고 말하고 나왔다.
회사의 거의 창업멤버로 십 년의 세월을 내 몸같이 내 회사 같이 일해도 10개 중 1개만 잘못해도 아무 소용없는 게 회사생활인 것 같다.
상무가 나한테 했던 말 내가 사장님한테 잘 보이려고만 열심히 일했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고.... 하지만, 사장님 옆에서 오늘도 아부하고 있는 상무가 난 왜 안쓰러운지....
그래 먹고 살려면 필요한 게 정치질이지... 난 그걸 못했네... 아니 하고 싶지 않다. 너나 열심히 해라!!
이 지긋지긋한 회사 쳐다 보고 싶지 않다. 뒤에게 쎄쎄쎄 하는 거 지긋지긋하다.
십 년의 시간 중 올해 최악의 해였다. 울면서 다닌 회사 내 몸이 아까워 안 되겠다. 최저임금 받아도 적게 먹고 적게 쓰고 맘 편하게 살란다.
그리고 날 괴롭힌 여직원 너도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사람이 앞 뒤가 같아야지 아무튼 연기력은 대상감이었다!! 살면서 수없이 미운 사람들이 있었지만 살인 충동까지 느낀 건 네가 처음이다!! 고맙다 그전에 안 보게 만들어줘서...
이로써 십 년의 회사 생활은 막을 내렸다.
피폐해진 정신과 몸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나를 위해 투자하고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다니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내 나이 오십에 불투명한 미래지만, 그래도 한걸음 나아가 보련다.
까짓것 올해처럼 힘들기야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