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사무실을 벗어나고 싶다.
11월 말로 퇴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현재의 내 느낌은 뭐랄까 좀 복잡하다
시원 섭섭.... 이 단어로 말하기에도 부족한 느낌
여직원도 그만두는 입장에서 직원들끼리 송별회를 한다고 상무가 아침에 얘기했다.
그것도 당일에.. 물론 내가 거기를 참석하지 않으리란 것도 알 것이고 내가 참석한다고 해도 여직원이 당연 싫어하겠거니 해서 아예 나한테는 물어보지도 않은 것이다.
근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기분이 좀 상했다..
뭔가 왕따가 된 느낌... 퇴근할 때 나 빼고 다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빴다.
나 보고는 다음 주에 하자고 하는데 난 안 한다고 말하고 잘하고 오셔라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좋게 헤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찌 보면 뭔가에 등 떠밀려 퇴사하는 그런 찝찝한 기분이 그다지 퇴사가 반갑게만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끝까지 대우받는 것 같은 여직원과 십 년을 일한 나의 대우가 비교가 되는 듯해 좋진 않았다.
하긴 뭐 이제 그만두는데 그런데에 감정 소모하고 싶진 않아 그저 외면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나에게 들릴까 소곤소곤 대화를 하는 것도 신경 쓰고 싶진 않아도 신경이 쓰인다.
십 년을 내가 거의 다 신규로 했던 시스템들에 내 자취가 많이 있어 그것들을 지우는 것도 그들의 일인지라 계속 나에게 와서 내 정보를 지우는 법을 묻는데 참...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렇다고 워낙 광범위하게 일을 했던 나인지라 정확히 어디에 내가 담당자가 되어 있는지도 헷갈리니 내 업무를 쪼개어 각기 나눈 사람들의 업무에 내가 대신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여하튼, 이제 퇴사를 앞두고 있는 내가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는 것도 이방인 같은 느낌의 감정도 꼭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의 느낌처럼 낯설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밝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는 게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내 마지막 자존심 같은 행동이다.
일하기도 싫고 인수인계를 빨리 끝내고 싶은 게 지금 현재 내 맘이다.
사실 인수인계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다
나한테 말한 거와 다르게 처리하는 사장님도 이젠 질린다.
매번 속는 느낌.
인수인계를 끝낼 때까지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혼자 동떨어진 곳에 있는 듯한 이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냉랭함을 애써 쓸데없는 농담으로 떨쳐보려 한다.
좋든 싫든 퇴사는 나가는 사람도 남겨진 사람도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더욱이 퇴사날을 앞두고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선 더 이상 이 회사 직원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다 보니 너무나 불편한 자리로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도 퇴사하려는 사람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일 것이다.
인수인계는 역시 오래 하면 안 될 것 같다. 한 달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