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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Jun 07. 2022

월급 인상보다 연차!!!

통장에 찍히는 월급의 액수 중요하다.

올해는 얼마나 올려 주시려나?? 매년 1월이 되면 이제나 저제나 대표님의 말과 행동에 긴장을 하게 된다. 

우리 회사는 따로 연봉협상 이런 게 없었다. 작년에 회사 실적에 따라 대표님께서 올해는 몇% 올리자 말씀하셨고, 우리는 싫다 좋다 한마디도 못하고 그저 네 하고 따랐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갔고, 난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왜냐면 나도 관리업무를 맡다 보니 경기가 좋지 않아 실적이 그리 크지 않은 걸 알기에 대표님 입장이 이해가 갔고, 또 직원들은 나날이 연차가 늘어가도 급여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으니 그 입장도 이해가 갔다.

 

직원들에게 사정을 얘기하는 것도 나였다.

차라리 대표님께서 몇 명 되지 않는 직원이니 한 명씩 연봉협상을 해 주셨으면 직원들이 직접 얘기를 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아니라 통보로 이어지니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회사에서 새로운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다시금 연봉협상이 이루어졌는데, 난 그 마저도 솔직히 감사했다.

 

가늘고 길게~~~~~ 난 이렇게 가고 싶다.

가끔 내게 주어진 업무에 비해 급여가 적은 듯할 때도 있어 불만이 생기고 화가 날 때는 워크넷을 들어가 현재 내가 갈 만한 회사에서 채용하는 직원 급여를 확인하곤 한다. 그렇게 몇 개 업체를 보면 다시금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래 여기만큼 내가 적응하려면 또 얼마나 힘들까? 급여도 지금보다 작고 또 뽑아준다는 보장도 없잖아?? 나이 많은 아줌마를...’ 이러면서 나 자신을 다독였다.

좀 우울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다닐 수 있는 회사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현재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본다.    


이번 연초에 다시 급여 인상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생산 쪽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급여는 어느 정도 올려야 할 것 같아 대표님과 상의하고 그들이 원하는 정도의 급여를 줄 수 있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 싶었는데, 대표님께서는 내 급여가 동결인걸 조금 미안해하시면서 말씀하시길래 ‘저는 괜찮습니다.!!!! 근데 한 가지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급여는 괜찮은데 연차는 제 맘대로 쓸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니, 뜬금없다는 듯 연차 쓰는데 문제 있냐고 물으셨다. ‘네, 솔직히 눈치 보입니다!! 물론 대표님께서 뭐라 하시지는 않지만,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아시듯이 저는 업무에 스트레스받으면 풀 곳이 여행인데 이것만 제가 맘대로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업무에 지장을 주진 않을 겁니다. 다만, 제가 연차 쓴다고 할 때는 아무것도 묻지 말아 주세요!!!’

이렇게 말씀드리니 어이없으신지 웃으면서 알았다고 말씀하시고 미팅을 끝냈다.

드디어 내 맘대로 연차 쓸 수 있게 됐구나! 눈치 주기만 해봐라~~~

급여 올라간 것보다 속이 후련한 건 쉴 때 쉴 수 있는 자유가 생겨서 일거다.


그 후로 3개월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받을 만큼의 업무를 대략 마무리 짓고 4월에 혼자 제주도 여행을 2박 3일 다녀왔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간 것이니 그 자유로움이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남편도 아이들도 없이 나만 챙기면 되는 그런 여행..

일정에 연연하지 않고 발길 이끄는 대로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잠시 차에 내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도 누가 말 걸지 않는 나만의 시간. 

제주도를 작년에 두 번 갔지만, 전부 아이들과 친정엄마에게 봉사하고 온 기분이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오롯이 나만의 여행은 힐링 그 자체였다.

물론 숙소에서 밤에 좀 외롭고 무서웠긴 했는데, 그 정도는 극복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인상되지 못한 급여의 보상인 눈치 보지 않는 연차 때문이 아니겠나~    


돈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 MZ세대들도 개인의 워라밸을 중요시한다던데. 정말 돈이 다는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받으면 좋겠지만 난 회사를 길게 다니고 싶기 때문에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하고 또 대표님은 인상되어야 할 급여를 눈치 안 주는 연차로 대신할 수 있고 서로에게 어찌 보면 win-win인 거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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