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찍히는 월급의 액수 중요하다.
올해는 얼마나 올려 주시려나?? 매년 1월이 되면 이제나 저제나 대표님의 말과 행동에 긴장을 하게 된다.
우리 회사는 따로 연봉협상 이런 게 없었다. 작년에 회사 실적에 따라 대표님께서 올해는 몇% 올리자 말씀하셨고, 우리는 싫다 좋다 한마디도 못하고 그저 네 하고 따랐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갔고, 난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왜냐면 나도 관리업무를 맡다 보니 경기가 좋지 않아 실적이 그리 크지 않은 걸 알기에 대표님 입장이 이해가 갔고, 또 직원들은 나날이 연차가 늘어가도 급여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으니 그 입장도 이해가 갔다.
직원들에게 사정을 얘기하는 것도 나였다.
차라리 대표님께서 몇 명 되지 않는 직원이니 한 명씩 연봉협상을 해 주셨으면 직원들이 직접 얘기를 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아니라 통보로 이어지니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회사에서 새로운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다시금 연봉협상이 이루어졌는데, 난 그 마저도 솔직히 감사했다.
가늘고 길게~~~~~ 난 이렇게 가고 싶다.
가끔 내게 주어진 업무에 비해 급여가 적은 듯할 때도 있어 불만이 생기고 화가 날 때는 워크넷을 들어가 현재 내가 갈 만한 회사에서 채용하는 직원 급여를 확인하곤 한다. 그렇게 몇 개 업체를 보면 다시금 화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래 여기만큼 내가 적응하려면 또 얼마나 힘들까? 급여도 지금보다 작고 또 뽑아준다는 보장도 없잖아?? 나이 많은 아줌마를...’ 이러면서 나 자신을 다독였다.
좀 우울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다닐 수 있는 회사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현재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본다.
이번 연초에 다시 급여 인상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생산 쪽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급여는 어느 정도 올려야 할 것 같아 대표님과 상의하고 그들이 원하는 정도의 급여를 줄 수 있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 싶었는데, 대표님께서는 내 급여가 동결인걸 조금 미안해하시면서 말씀하시길래 ‘저는 괜찮습니다.!!!! 근데 한 가지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급여는 괜찮은데 연차는 제 맘대로 쓸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니, 뜬금없다는 듯 연차 쓰는데 문제 있냐고 물으셨다. ‘네, 솔직히 눈치 보입니다!! 물론 대표님께서 뭐라 하시지는 않지만,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아시듯이 저는 업무에 스트레스받으면 풀 곳이 여행인데 이것만 제가 맘대로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업무에 지장을 주진 않을 겁니다. 다만, 제가 연차 쓴다고 할 때는 아무것도 묻지 말아 주세요!!!’
이렇게 말씀드리니 어이없으신지 웃으면서 알았다고 말씀하시고 미팅을 끝냈다.
드디어 내 맘대로 연차 쓸 수 있게 됐구나! 눈치 주기만 해봐라~~~
급여 올라간 것보다 속이 후련한 건 쉴 때 쉴 수 있는 자유가 생겨서 일거다.
그 후로 3개월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받을 만큼의 업무를 대략 마무리 짓고 4월에 혼자 제주도 여행을 2박 3일 다녀왔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간 것이니 그 자유로움이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남편도 아이들도 없이 나만 챙기면 되는 그런 여행..
일정에 연연하지 않고 발길 이끄는 대로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잠시 차에 내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도 누가 말 걸지 않는 나만의 시간.
제주도를 작년에 두 번 갔지만, 전부 아이들과 친정엄마에게 봉사하고 온 기분이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오롯이 나만의 여행은 힐링 그 자체였다.
물론 숙소에서 밤에 좀 외롭고 무서웠긴 했는데, 그 정도는 극복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인상되지 못한 급여의 보상인 눈치 보지 않는 연차 때문이 아니겠나~
돈 중요하다~ 하지만 요즘 MZ세대들도 개인의 워라밸을 중요시한다던데. 정말 돈이 다는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받으면 좋겠지만 난 회사를 길게 다니고 싶기 때문에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하고 또 대표님은 인상되어야 할 급여를 눈치 안 주는 연차로 대신할 수 있고 서로에게 어찌 보면 win-win인 거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