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다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삼국사기에 보면 음력 7월 15일 백중날부터 음력 8월 15일까지 한 달간 두 명의 공주가 두 그룹을 이끌고 한 달 동안 평가해서 진 그룹이 이긴 그룹에게 한턱 쏘고 두 그룹이 춤과 노래를 하며 즐기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설날 보다 추석이 날씨도 선선하고 연휴도 더 붙어 있어서 니나노 즐기기 좋은 날인 이유가 선조들의 지혜 인가보다.
원래 추석은 대부분의 농산물이 익지 않은 상태이기에 설익은 농산물을 걷어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의미라고 한다. 근래 들어 농사기술과 종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품종이 좋아지고 완벽히 익은 농산물이 다채로워진 것이라 한다. 억지로 성장한 것은 사실 슬프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몰랐던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애석하게도 자연스럽지 않게 성장을 촉진하기도 한다. 결혼전에 부모님과 혼자 살때 명절은 그냥 친구들과 신나게 모여서 놀고 즐기는 날 이었는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뭐 그리 챙겨야할 행사도 많고 나가는 돈은 많은지 휘청거리는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다. 결혼을 한 것은 나의 선택, 출산과 육아도 나의 선택이지만 강제로 성숙하여 홍로가 된 빨간 사과마냥 유부남의 현실이란 마냥 좋지만은 않다.초고령화 시대를 극복하려고 얄팍한 생각으로 학교를 일찍 보내어 취업을 빨리하게 하여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과 같아 보이기도 하다.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맞이하는 추석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코로나로 3년 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을 맞이하여 기대감 넘치는 명절이다. 누군가에게는 3년 만에 친척들과 함께 명절 음식을 먹으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쉬고, 누군가는 여행도 가는 즐거운 날이다. 3년 동안의 거리 두기는 우리의 삶을 간소하게 바꿔놨다. 비대면 참 좋았는데 말이지 대면한다니 여러가지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는 말처럼 자주 못 보던 가족들 대신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빨라진 추석은 캠핑이나 글램핑 등 야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진 듯하다. 공휴일의 의미는 휴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어떠한 형태로 재충전을 한다고 해도 힐링만 된다면 그만이다. 나는 하루 정도는 쉬는 날로 확보 했으며 저녁엔 달을 보러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추석엔 100년 만에 가장 둥글둥글한 완전한 추석 보름달이 떠오른다고 하는데, 100세까지 살지 못하면 볼 수 없는 보름달이라고 생각하니 늘 보던 달이어도 특별한 기분이 든다. 보름달은 해, 지구, 달이 일직선이 될 때 뜬다고 한다.
달은 지구 주변을 타원형으로 돌아서 보름달이 되는 시간은 음력 보름과 약간의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추석과 정월대보름에도 꽉 찬 보름달이 뜨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지구와 달이 나란히 놓이면서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한가위 보름달이 뜬다고 한다. 놓치면 2060년에나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매우 특별한 기분이 든다. 9월 10일 오후 7시부터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소원을 생각해서 빌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보름달 하면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가족이 태어나고 나서 아이 둘과 아내가 건강하길 바라고 최소한 20살이 될 때까지는 둘 다 아프지 않기를 희망한다. 사람은 미래보다는 과거나 현재를 더 잘 보는 것 같다 나의 20년 뒤의 모습과 아이 둘이 성장해서 성인이 되는 모습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지만 일과 자기계발에 중독되어 사는 선배가 생각난다. 가족들과 시간을 잘 보내지 않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지금 행복하기 때문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하곤 했다. 각자의 인생이겠지만 나는 죽어도 여한이 있다. 아직은 더 달려야 하나.
솔직한 마음으로는 명절은 조금 스트레스가 있는 날이다. 막히는 도로에서 운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며 별로 달갑지 않은 친척을 만나 받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오지랖과 그냥 보기 싫은 인간상이 있기에 좀 안 보고 살면 안 되나 싶기도 한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 결혼하면 양쪽 가족이 합쳐지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고 정신 수양을 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남과 비교 당하고 과거에 묻어 뒀던 상처까지 건드리는 사람까지 있다면 조금 많이 불편할 거다.
나의 경우에도 뇌에서 필터 없이 말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만날 때마다 불편한 광경을 연출한다. 어쩔 수 없이 만나지만 부정적인 생각에 물들지 않도록 애쓸 분이며, 며칠만 같이 있으면 참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에 그냥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으며 가급적 불편함을 털어내려 한다. 그래, 잘하고 있다. 추석도 사회생활이다. 사회생활은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미덕이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트레스 받는 수험생, 취준생 들 취직, 연봉 비교, 결혼 등의 불편한 이야깃거리로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들, 제사와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음식을 만들고 전을 부쳐도 알아주지 않는 이 땅의 며느리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하고 싶다. 당신뿐만 아니라 나도 그렇고 추석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다시 일상이다. 마음속의 거리는 해와 지구와 달의 거리처럼 적당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