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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Jan 21. 2023

두 번 기원한다는 것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꾸벅.


당신에게 더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모든 일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빌어주시고 웃으며 만나고 다음을 기약하시길 바랍니다. 


출처 : Pixabay


설 연휴가 시작됐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덕담과 봉투가 오가는 훈훈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매년 신정과 구정으로 두 번 보내는 설은 일제 강점기에 음력설을 보내던 우리 민족을 강제로 탄압했던 안타까운 역사가 있다고 한다.
 
바쁜 일상에 연초에 두 번 쉰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많이 쉬면 일이 밀릴 것이고 적게 쉬면 아쉬운 양가감정이 든다. 이번에는 신정도 일요일, 구정도 주말이라 대체 공휴일을 받아도 쉬는 날은 이틀뿐이다. 아차, 올해는 공휴일 가뭄이었지. 벌써 해야 할 일들로 머릿속이 어지럽다. 그래서, 노트북을 들고 왔다.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해야지.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일이 온다. 회사 일은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하면 할수록 일이 많아지고 보상도 적고 개인 삶과 멀어진다. 

과거에는 신정과 구정을 이중과세라고 표현했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설을 지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복을 준비하고 시장에 가서 생선, 고기, 과일 등의 음식을 다시 산다. 새해를 축하하는 모임을 보내고 미뤄둔 모임을 숙제처럼 해서 간의 여독도 풀리지 않았다. 설 전에 야근을 하며 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걸쳤다. 새해인데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다. 명절이라고 보너스를 주는 회사는 부럽지만 설날이라고 상여금을 받거나 월급을 더 주진 않는다. 나갈 돈은 많다. 은행에는 여러 번 방문해서 현금을 인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중과세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신정을 보내지 않고 구정을 보내는 문화로 바뀌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가가 올라서 부담도 크다. 의미 있는 명절이 부담으로 다가오면 서로 멀어질 뿐이다.  

국가별로 명절이 지니는 의미는 다를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긴 하겠지만 시간적인 요소와 문화가 담긴 요소가 내포되어 지내온 축하하는 날이다. 한국, 일본, 중국은 명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다. 아마도 가족주의 정서도 만족하면서 내수 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마트도 전통시장도 온라인 배송으로 갈수록 손님이 줄고 있는 현실이지만 명절은 대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늘어나는 소비가 특징이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도 간혹 소비 쿠폰을 지급하고 전통 시장에서는 일부 금액을 상품권으로 환급받기도 한다. 세 나라의 공통점이 있다. 좀 늦었지만 새로운 시작, 가족의 모임, 바쁜 일상의 쉼이다. 나에게 정신 차려. 새해가 시작되었잖아. 달력이 말을 걸어온다.  

설날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2022년 12월 31일이 지나가고 새해가 밝았지만 새로운 느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는 새로운 시작을 알려줄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계기다. 함께 모여서 고향에 내려가고 세배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식구들도 만나고 고향의 친구들과 모여 술도 한잔하고 게임도 했다. 돈과 상관없이 물리적 거리를 줄여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지금은 서로 바쁘고 만나서 불편한 사이가 되고 있다. 청년들의 정신 건강이 걱정되는 지금 시대에 사회가 품어주지 못한 그들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잔소리는 강박관념이 되고 그 강박관념은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집중해야 하는데 명절마다 부부가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죽하면 연휴 끝나면 이혼이 급증한다는 기사가 있을까? 명절에 다투는 이유는 너무 많을 것이다. 여성 위주의 준비, 양쪽 집에 방문하는 순서, 시간, 양쪽 집의 가족 구성원들과 불편한 관계, 선물 준비 등 생각 만해도 머리가 아프다. 결혼은 서로에게 많은 걸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효도에 대해서 서로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녀들은 복잡하고 변화한 세상에 적응하느라 힘들다. 자녀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재산을 물려준 부모라고 하더라도 효도를 강요하는 것처럼 부당함은 없다. 성인이라면 부모와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돌려 말했지만 남편, 아내 서로에게 대리 효도를 강요하지 말라는 거다. 먹지도 못하는 과도한 음식 낭비도 환경에 문제다. 독립적으로 분가하여 가정을 이룬 자녀들에게 부모의 훈수나 갑질은 잘못되었다. 양쪽 집 다녀가면 싸우는 거 모르시죠? 

결혼 이후 양쪽 집에 다녀오는 것은 편하지 않다. 부담 없이 편하게 대해주셔도 정서적으로 불편하다. 독립을 꽤 오래 해서 지금 거주하고 있는 집이 제일 편하다. 세대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이유도 이해하고 공감한다. 좁히려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지금은 너무 바쁘다. 어깨와 등에 타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달린다. 인생에서 치열한 생존을 지나 쉼을 추구하는 나이기 때문에 바쁨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자녀들과 노후에 여유를 부려야 하는 부모라면 서로 가치관이 다를 것이다. 둘 다 여유를 부릴 수 없다면 그것도 갈등의 요소가 된다. 
 
사회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는데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살아온 시대의 인물, 경제 활동, 서비스, 스마트폰, 교육 등 생각해 보니 같이 공유했던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도 다른 삶을 살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설날에 대한 키워드를 검색해도 경기 침체, 자금난, 세뱃돈 등 돈과 관련된 키워드가 보인다. 대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가 미숙한 스마트 기기 등을 주제로 알려드리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의 힘든 점을 들어주면 충분하다. 

그래도 당신이 건강하고 잘되길 기원한다. 두 번이나 주는 설은 미쳐 챙겨야 할 사람들을 챙기지 못했는지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이 잘되길 기원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주위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라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 목표를 세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원하는 일을 모두 이루고 복을 받으라고 다른 사람들이 잘되길 빌어주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저마다 보내는 설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참고자료


1)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2) 설날의 상징과 상징의미 연구 :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2016),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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