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적당주의는 삶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
회사에 삶을 갈아 넣어보자. 좋다고 일을 더 시킨다. 열심히 하는 대가가 설 연휴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 생활 주기가 짧아지고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료, 상사 아무도 당신을 챙겨주지 않는다. 그저 이용할 뿐이다.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열심히 살면 성장이 보였던 기성세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시대에 태어난 우리들 도저히 간극을 좁힐 수 없기에 위에서 말하는 열심히의 보상은 예전처럼 클 수 없다. 반만 믿어야 한다.
나 또한 그렇다고 생각하며 사실은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우리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맞벌이로 바쁜 우리 부부가 주말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놀아주는 것처럼 일하는 그 순간에는 몰입한다. 출근을 하는 보통날은 주말보다는 덜 행복하고 일이 많다는 것은 더 행복한 주말에 일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제때 퇴근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 싫다. 퇴근 시간에 회의를 잡고, 일을 더 주고 진심으로 싫다. 그러나, 회사이기 때문에 싫은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회사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거의 반 강제적으로 경력과 다른 팀으로 부서를 옮겨 아예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제도가 있다. 장기적으로 일하다 보면 지루함이 찾아오게 되고 그런 지루함을 극복하기에는 좋다고 생각하며, 회사 안에서 많은 일을 경험해 보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때론 그것은 불평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경력 개발을 포장을 했을 뿐 사실 언제든지 사람을 정리하기 위한 제도다.
다른 부서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새로운 부서로 오는 것인데, 새로운 부서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면 딱 적당히 일을 하게 되어 자신보다 연봉이 낮은 직원보다 중요하거나 더 많은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러한 불평등은 주위 사람에게 저 사람은 받는 만큼 일하지 않는구나, 더 해야 해 등의 평가를 받게 한다. 최근에 나의 경우에도 그렇다. 회사원의 경우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에게 배정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오게 된다.
이것은 명백한 불평등이지만 바로 잡을 수 없다. 나이는 많지만 일은 못하는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개개인이 아닌 직책자의 역할 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오래 다녀 보면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그것이 바로 보상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오랜 관찰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적당주의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롭게 시작된 일은 많은 예산과 최고 경영자가 관심 있어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 당연히 객관적 지표인 연봉이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적임자라는 이유로 내가 진행하게 되었다.
회사는 월급 받는 만큼 일하고, 딱 욕먹지 않을 만큼 해내는 사람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뚜렷하게 없다. 나 또한 그렇게 다니고 싶지만 이왕 하는 것 월급 받는 입장에서 대충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지 않아 내가 손해 보고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는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N잡을 하는 것도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일에 너무 몰입되어 가정을 소홀히 했던 과거의 실수에 또다시 빠지지 않기 위해 나를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 이기 때문이다.
10살 넘게 차이 나는 인턴이 석 달 전에 들어와서 이번 프로젝트의 보조 파트너로 지정되었다. 나이가 한참이나 어리고 성별이 다르기에 말을 걸거나 친해지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워서 일을 가르쳐주고, 문헌을 검색하는 방법, 업무에 대하는 태도 등 꼰대 같은 가르침을 주고 있지만 최근 우연한 기회에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주며 묻게 되었다.
"영희 님은 이제 몇 개월 되었죠? "
"이제 조금 있으면 3개월 가득 찹니다. "
"많이 배웠나요? 누가 가르쳐 줬을 때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아요? "
"달소 님 하고 일할 때 가장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입에 바른 립 서비스 일 수 있지만 나는 그분의 멘토가 아니었다. 업무 진행 짧은 기간 쓴소리를 많이 했던 나였다는 것에는 조금 의아했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해서 인턴을 시작하는 동료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삼촌이나 오빠처럼 잘해주는 것이 좋을지 친밀감은 없지만 현실에 대해 알려주고 쓴소리를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정글의 법칙 마냥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꼰대 짓을 하며 가르쳐줬다. 그 가르침이 부질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책임감의 차이가 다르기에 회사에서만 일하는 사람과 집까지 일을 들고 오는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더욱 커진다.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알려줄 수 없다.
회사의 엄청난 비용을 사용하게 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판단하는 내 실력보다 과분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고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왜 한다고 했냐고 걱정해 주는 아내가 고맙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기본적인 고민을 하기 위해 주말 사이 바다에 다녀왔다.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지만 상단이 명확하게 막혀있기 때문에 언제나 고민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로워지면 하고 싶은 자영업이 있고 그곳에서는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겠다는 다짐을 한 적 있다. 회사에서 뭐 원대한 꿈이 있거나 그렇지 않다.
보통날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가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바람도 쐬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며 위안을 삼기도 하고, 괜스레 돈도 없는데 괜한 짓 한 것 같고, 때론 술도 마시고 웃고 떠들며 억지로 특별한 일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축사를 떠올려 본다. 메멘토 모리 나의 마지막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미래를 다시 그려봐야겠다.
일해서 높은 급여를 받고 싶어 하는 이유도, 우리가 열심히 사는 것은 그럴듯한 1인실서 사망하는 준비에 정신이 팔린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 말이다. 우리 아이도 나중에 나의 모습을 보며 아빠는 왜 나에게 물려준 것이 없으며 출발 선상을 다르게 해주지 못했냐는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르지만 두 아이가 20살 성인이 될 때까지는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일은 적당히 잘하고 다른 삶에 충실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