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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Jul 15. 2023

귀족이 되고 싶은 서민들의 잔치


 국가가 책임져준다는 생각은 우리의 삶을 연결시켜 줍니다.


보편 다수의 노후 보장. 국가가 나의 생애 주기를 책임져 준다고 한다면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않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가랑이 찢어질 듯한 결혼


신혼부부의 결혼식 비용 추이와 관련하여 듀오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2021년 결혼식 비용이 엄청나게 상승했다. 2023년 예상 지출액은 6,100만 원에 임박한다. 중소기업 초봉 두 배가 넘는다. 

결혼식 비용 일체 2,500 만원, 혼수 1,800만 원, 신혼여행 800만 원, 예물, 예단 1,000만 원 정신 나갈 것 같은 돈이다. 결혼 준비 중 다투는 요소도 바쁜 일정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비용에 대한 의견 차이다. 뷔페 원가도 1인 당 7만 원 이상인 시대에 귀족이 되고 싶은 평민들의 잔치는 계속된다.

살면서 들어본 황당한 말 중 하나는 인생에서 오는 세 번의 기회 중 한 번은 결혼식이라는 소리다. 결혼을 할 거라면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랑 해라. 더 좋은 환경의 집안이랑 해야 한다. 결혼은 철저하게 비즈니스다. 서로의 집안 환경, 재산, 부모 성향까지 다 체크해야 한다. 사랑은 기본이다. 이런 소리를 한다. 따지고 재는데 사랑이 기본이라니 웃긴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나한테 그런 거 들고 오지 마세요.


  

청첩장은 이제 청구서


이미 결혼한 마당에 축의금 돌려받을 희망은 없다. 결혼식 축의금은 아마도 새 출발을 시작하는 신랑, 신부에게 보탬이 되라는 의미로 품앗이 개념이 들어간 좋은 문화였을 것이다. 겉으로만 번드레하게 꾸민 결혼식은 품앗이 보다 손해를 메꿀 수단과 가깝다. 

초대받은 가장 화려한 결혼식은 1 인 당 25만 원의 식대를 자랑하는 강남의 모 웨딩홀이다. 워낙 잘 사는 집의 결혼식이라 초대만 해도 고마웠다. 아이들을 보고 싶다고 하여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여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 정말 고마워했고 좋은 경험이었다. 단순 돈이 많다고 손해를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귀한 시간을 내서 찾아와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에 만족하는 결혼이 많아졌으면 한다.          

비교적 청년들이 많은 회사는 거리 두기가 끝나자마자 미뤄 놨던 결혼식을 숙제하듯 하는 현상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 기사에서는 축의금을 받고 결혼 후 바로 퇴사한 신입과 축의금을 적게 받아 서로 빈정상하는 일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월급은 뻔한데 한 달에 4명이 청첩장을 들고 온다면 벌써 40만 원이다. 결혼 비수기인 겨울이면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꽃피는 봄이다. 봄에는 많은 커플들이 결혼하고 청첩장을 들고 온다. 결혼식 초대받는 게 스트레스다. 한 끼에 8만 원 뷔페에 얼마를 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주고도 욕먹지 않으려면 1인 당 10만 원은 내야 한다. 혼자 가야 하는데 주말에는 불가능하다. 예식장은 최소 인원이라고 해서 50명부터 150명까지 보장을 한다. 보장 인원보다 적게 방문해도 돈을 다 내야 하기에 별로 안 친해도 돌릴 수밖에 없다. 저 멀리 청첩장을 들고 오는 모습과 내 주위에서 돌리고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언제 나에게 올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차례가 언제 올까 싶어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나한테 주지 마세요. 우린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잖아요. 시간도 아깝고 5만 원 송금하고 만다.


평범함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서로 좋아서 하는 결혼은 옛말 지금은 조건을 따진다. 비슷한 조건에서 결혼을 하는데 서로 더 아깝다고 더 해와야 한다며 장사와 같은 흥정을 한다. 직업과 상관없이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으면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큰 문제가 없다. 남들과 같이 많은 돈을 쓰는 생활이 평범함이라고 인지하는 세태에 염증을 느낀다.


동거부터 시작하기를...

살면서 정이 들다가 정이 떨어지는 요소는 너무 많다. 결혼이라면 더 그렇다. 연애 때는 보이지 않던 생활 습관들이 실제로 겪어 보니 한숨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치약을 짜는 습관, 씻지 않는 습관, 집안 일과 요리를 하지 않는 습관들이 지치게 하기도 한다. 같이 살 경험이 없어 미리 알 수 없던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충격을 받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동거에 대해서 개방적이다.

연인이나 부부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거는 서로 함께 있어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제도다. 한국은 결혼 전 같이 산다는 것은 거의 손가락 질 받는 타락한 행동이다. 그러니, 연애가 길어지고 같이 살기 위해 결혼으로 이어지면서 2 억 원이 넘는 전셋집과 결혼 비용을 치르고 각자 바쁘게 지낸다. 동거는 결혼을 대신할 좋은 대안이다.

묻고 싶다. 결혼 후 서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행복한가?


결혼 후 집은 머무는 공간이 아닌 불편한 공간이 된다. 남편, 아내 서로에게 친한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일이 쉽지 않다. 나만 해도 7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부부 동반 모임이 있는데 남편과 아내들이 따로 모여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함께 어울려 이야기하기에는 아내들이 하는 말과 남편들이 하는 말이 다르기 때문이다. 없을 때 진실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이 불행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독특한 문화다.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없는 부부들


신혼을 제외하고 일 끝나고 집에 가서 아내와 남편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경우를 자주 보지 못했다. 부부는 따로국밥이다. 많은 빚과 이자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면 육아도 교대한다. 지치니까 함께하기 힘들다. 맞벌이가 아니어도 퇴근 후 고단함을 달랠 방법이 없다. 응, 아빠 바빠. 엄마 바빠. 주말이 아니라면 씻고 저녁 먹고 잠들기 바쁘다.


사랑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포기할 깊이의 사랑은 물질적 조건을 밖에 남지 않는다. 같은 시간을 보내야 정이 쌓이는데 같이 있으면 불편하다. 이쯤 되면 혼란스러운 이유는 사랑은 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사랑을 물질적인 가치로 비교하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유독 서로에 대한 불만을 서로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친구, 가족에게 남편 이야기를 하고 아내 이야기를 한다. 좋은 이야기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있던 정도 떨어진다. 이런 어른들은 나는 어른이 못 된 어른들이라고 평가하고 싶은데 실제 40이 넘어도 부부 싸움하고 울면서 동생에게 전화하는 언니도 봤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쪽은 지치기 마련이다.   


결혼은 가족끼리 하는 것이란 말이 결혼에 대한 염증을 불러온다. 힘든 일이 있으면 부부끼리 풀어야 하는데 짐 싸서 가버린다. 부부는 양가에 자유로울수록 서로에게 집중한다. 자식에게 의지할수록 본인뿐만 아닌 자식의 가정에도 영향일 미친다. 


청첩장을 받는다는 것은..


받기도 부담스러운 청첩장은 정말 친한 사람에게만 줘야 할 것이다. 만약 친하지 않은데 받게 되었다면 돈을 주지 않거나 온라인상으로 소액을 보내주는 것도 성의 표현에 충분하다. 축하의 메시지만 보내도 좋다. 애매하게 친한 사이에 결혼식을 간다고 더 친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사라져야 할 성대한 결혼식 문화는 결혼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에 언젠가 반드시 사라지길 바란다.   


참고자료


1) 듀오 결혼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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