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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삐딱하게 맨정신으로 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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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달빛소년 Sep 13. 2023

더 이상 사회의 착한 마음을 이용하지 않기를

내 아이가 아프면 뭐든 해도 된다는 행동이 사회의 시스템을 얼마나 더 망가트려야 불편한 소식을 접하지 않을까?

무리한 요구로 사회 시스템의 행정력이 낭비되면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 피해 본다.

[119 구급대원의 사연]

오후 9시쯤 4세 남자아이가 고열로 119에 신고가 들어와서 현장에 출동했다고 한다. 밤 11시까지 진료하는 아주 고마운 달빛어린이병원이 있는데 병원에 가지 않고 119에 신고한 마음은 이해한다. 부모의 말로는 아이가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어 삼성서울병원을 다닌다고 했다. 아이는 해열제를 한번 먹였고 체온은 38.8도이며 그 외의 호흡, 맥박, 혈압 등의 활력 징후는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아이의 부모가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삼성서울병원에 당장 빨리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구급대원은 단순고열이고 아직 해열제 한 번 밖에 먹이지 않았으니 교차로 복용하면서 추후 지켜보고 아침이 되면 그 병원으로 가도록 안내했다. 물론, 구급대원은 의료인이 아니기에 너무 불안하다면 근처 병원의 응급실로 이송하겠다며 긴급 상황에 대응했다.

부모는 막무가내로 아이 차트가 삼성서울병원에 있으니 안된다며 가야 한다고 우기기 시작했고, 2시간이 넘고 관내를 그렇게 오래 비울 수 없으니 진짜 가고 싶으면 비용을 지불하고 사설 구급차를 불러서 타라고 안내했다. 119는 단순 고열은 원래 병원 이송도 해주지 않지만 아이라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근처 병원이라도 배려하여 이송해 주는 상황이라, 부모님이 지금 근처병원이라도 갈 것 인지 아니면 해열제를 추가 복용하고 지켜볼지 선택하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때부터 부모는 녹음기를 켜고 119 구급대원의 소속과 이름을 물어보고 도움을 준 구급대원에게 아이가 잘못되면 다 당신 책임이고 국민신문고랑 소방서 찾아가서 민원을 넣을 거라며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이래도 가지 않을 것이냐는 부모의 말도 안 되는 떼쓰기에 구급대원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였고 근처병원도 안 가시는 걸로 이해하고 이만 가보겠다고 하고 돌아간 상태였다.

이 사연을 접하고 나서 부모들이 점점 국가와 사회의 시스템을 ‘악성 민원’을 이용해서 악용하기 시작하고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망가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부모가 많아지면서 소아과가 사라지고 종합병원 이상의 응급실에서 선뜻 치료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악성 민원에 취약한 구조]

한국은 유독 말도 안 되는 민원에도 죄송합니다. 교육 잘 시키겠다. 하고 떼쓰는 걸 다 들어준다. 진상에게 강하게 대응하면 어디까지 업무를 방해할지 상상할 수 없다. 친한 형도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데 욕설과 폭언은 기본이고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폭행을 하는 경우도 존재할 때 경찰을 부르고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하는 귀찮음이 발생한다.

받아주고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강력하게 대응하다가는 업무가 마비되어 그냥 달래서 들어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악성 민원에는 민원인을 강력하게 조치하여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조심하지 들어주는 사례가 발생하면 고쳐지지 않는다.

뭐 대부분 부모를 이해해 주는 마음이 애가 선천적으로 안 좋았기 때문에 막 열나니까 눈이 돌아서 그랬을 것 같다는데 그냥 상식적으로 애가 아프면 차로 두 시간 거리의 병원에 직접 가시면 됩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꼭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야 해결해 준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어 어딜 가도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게 문제다. 다 큰 금쪽이다. 금쪽이가 금쪽이를 만들고 사회는 금쪽이 만들어낸다. 미국처럼 의료비가 비싸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에 갔을 때 구급차 비용이 한 300만 원은 나와야 정신을 차릴지도 모른다.

악성민원인으로 인한 세금 손해는 아마 천문학적이지 않을까?

불필요한 민원이나 반복적인 민원으로 인해 행정력이 낭비되고 직원들이 다른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 행정처리 속도가 지연된다. 다른 국민들의 서비스 처리 시간이 지연될 수 있으며, 악성 민원인과 직원들의 상호작용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업무 효율은 점점 떨어진다.

민원인이 공공의 장소에서 폭언, 폭설, 욕설 등의 난동을 부린다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언론에 보도되어 기관의 이미지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악성민원이 발전하여 법을 위반한다면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P.S. 세상 어디에도 나만을 위한 공공서비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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