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좋다는 인식이 사회에 깊게 뿌리 박혀 있다. 그렇다면, 좋은 직업이란 무엇일까?
의사, 변호사, 판사 등이 좋은 직업으로 여겨지지만, 이들 직업은 얻기 어렵고, 많은 스트레스와 부담이 따른다. 종이를 꺼내서 오각형을 그려보자. 그리고 각 모퉁이에는 다섯 가지를 적어본다.
나의 가치관, 사회적 인식, 개인의 만족도, 인간관계, 워라밸이다.
100점을 만점으로 점수를 평가하여 점수가 클수록 오각형을 크게 그린다. 만약, 오각형이 가득 찬다면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높은 학력의 인적 자원을 키우기 적합하지만 균형이 잡혀있는지 모르겠다. 예상하지 못하는 성장으로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하던 시기에는 시키는 대로 잘하는 공장형 인력이 필요했다. 성장이 정체된 지금 쏟아지는 공장형 인력은 이미 충분히 많아 그들이 원하는 자리에 가지 못하는 시대다. 학력 인플레이션, 공급 과잉의 시대에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다.
의대 열풍은 고도화된 사교육 시스템을 활용하여 의사라는 전문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시대.. 돈이 직업의 기준이 되는 삶의 모습에서 행복은 저 멀리 도망간다. 초등학생을 재우지 않고 새벽 2시까지 공부시키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잘못된 교육의 초상화가 아닐까? 자녀가 사회적으로 좋은 직업을 갖고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은 좋은 마음이지만 내가 대신 살아줄 것이 아니면 존중이 필요하다.
뭐, 좋은 직업과 발전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기에 충분히 이해가지만 문제는 의대에 가려는 목적이 '돈'이 된다면 모두가 불행하고 언젠가 불행해진다.
만약, 모든 의사가 돈을 위해 일한다면 돈이 되는 피부, 미용 등의 ‘비급여’ 수술만 선호하고, 돈이 없는 환자는 치료받지 못한다. 돈을 버는 사람도 돈이 되는 일을 하고, 돈을 주는 사람도 돈을 주니까 생각 없이 행동하는 그런 사회는 참 슬픈 사회다. 생명에 대한 판단이 모두 돈이 되기 때문에 참, 안타까운 일이다.
추석과 같은 긴 연휴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글이 있는데 본인의 부모님이 결혼할 때 3억 원을 지원해 줬는데 아내가 시댁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처가에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며 하소연하는 글이다. 거기는 이미 전쟁터다. 돈을 줬으면 돈 값을 하라는 사람부터 돈으로 사람을 샀냐는 사람까지 서로의 생각이 참 많이 다르다.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자유로울 수 있지만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전한 결혼이 어려운 사회다.
결혼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은 참 고맙지만 돈으로 아내와 며느리를 산 것도 아니고 자녀를 돈의 관점으로 키운다면 결혼할 때 누가 더 돈을 많이 해줬는지 싸우다가 결국에 이겨내지 못하면 헤어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부부들이 돈 때문에 이혼하기도 한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면 좋겠지만 사랑, 우정, 가족과의 관계는 결국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다.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알지만 그만큼 힘든 일이다. 가끔 돈을 많이 벌면 행복이 몇 배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실제로 입 밖으로 돈을 많이 벌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며 의사는 돈을 많이 벌기에 힘들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하다.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하겠는가?
사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최대 한 달 수입이 1,100만 원 이상이 넘어가면 돈을 버는 행복이 줄어든다고 한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의 경우 월 600만 원까지가 최대의 행복이며 그 이상의 돈을 버는 시점은 더 많은 시간 일해야 하기에 행복 수준이 감소한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 수준은 올라가도, 일주일에 40시간을 넘어서 일을 해도 행복은 떨어진다.
한 달 수입이 1,100만 원 부럽지만 돈을 버느라 가족, 친구, 좋은 사람들과 보낼 시간이 없고 취미를 즐기지 못한다면 의미 없는 삶이다.
사람의 욕구는 무한하다. 돈이 많아져도,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이로 인해 불만족과 불행을 느낄 수 있다. 결국,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교육이 돈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만 노예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의 가치는 어디에서나 모나지 않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협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P.S. 모르겠으면 일단 가을 산책이라도 하자. 날씨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