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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Feb 22. 2024

너 혹시 T야!? 응 나 T야

MBTI 과몰입의 끝은 어디인가

“나 속상해서 빵 샀어”


지금은 조금 유행이 지났지만 SNS에서 T와 F를 구분하는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MBTI는 아직까지 유행이죠. MBTI에서 T는 Thinking(사고형)으로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형이고, F는 Feeling(감정형)으로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T가 타인의 감정을 헤아릴 줄 모른다고 “T발 너 C야?”, “T발롬”, “너 T야?” 이런 T에 대한 마녀 사냥이 이어졌습니다. T를 공감할 줄 모르는 소시오패스처럼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T들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T는 F에게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감정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징징이라고 말했죠. 모든 일에 감정을 내세워 일을 망친다고 했죠. 그들은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F나 T를 바꿔서 말하는 박쥐 같은 사람도 봤습니다. MBTI는 성향이지 반드시 그렇다는 점은 아닙니다. 완벽한 T와 완벽한 F는 세상에 없어요. 적당히 사고와 감정이 어울려 일상을 살아갑니다. 과정과 결과 모두 중요하죠.



몇 년 사이에 사람들 사이에 마음 읽기와 공감하기가 유행입니다. 차가운 도시에서 공감은 물론 중요하죠. 온라인 세상 속 우리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기 어려워 가끔은 따스함을 느끼는 시간도 필요해요. 근데 지나친 공감의 사고방식은 지나치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게 만듭니다. 


하나의 사례지만 “나 우울해서 빵 샀어”로 시작해서 우울한데 왜 빵을 샀냐고 묻는 남편과 답답함을 느낀 아내가 부부싸움을 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T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너무 모른다며 성토 대회가 열렸죠. 남편 입장에서 바쁜데 갑자기 우울해서 빵 샀다고 하니 이게 뭔 일인가 했을 겁니다. 

만약에 아내가 저에게 “오빠, 나 속상해서 빵 샀어”라고 묻는다면 “무슨 빵 샀는데? 올 때 피자빵”이라고 말했을 거예요. 추억의 소시지빵은 못 참죠. 


<파리바게트 홈페이지 갈무리>

T도 공감할 줄 압니다. 공감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한 문장으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T들은 속상한 원인을 해결해야 그 속상함이 사라지는 모양입니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위로로 해결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죠. 


우울해서 뭘 했다고 하면 질문의 의도인 뭐 때문에 우울한지 물어보겠지만 테스트라는 걸 깨닫는 순간 기분이 언짢아질 겁니다. 우울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빵을 사는 행동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고, 본인 기분을 타인에게 전달하면서 반응이 궁금해서 테스트하기 위한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울한데 빵을 사는 행위는 곧 우울할 때 빵을 사면 우울함이 해결되는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나도 우울할 때 빵을 사보면 우울함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슨 빵을 사야 하는지 또 생각을 하죠. 빵을 사러 가서 아무 빵이나 산다고 우울함이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과 도대체 어떤 빵을 사야 우울함이 해결되는지 빵 종류를 찾아볼 겁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쌓는 것이죠. 당신은 우울할 때 빵을 사면 우울함이 해결되는 사람이라 우울하면 그 빵을 사다 줄 겁니다. 우울할 때 빵을 사면 된다는 정보가 입력되었기 때문입니다. 


F는 T에게 공감을 바라지만 T는 생각의 생각 끝에 F가 좋아하는 빵을 찾아내는 것이 공감하는 방식입니다. 무조건적인 공감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친한 사이에도 과도한 공감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요. 상대방의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는 손해 보는 삶의 방식이죠. 사람은 누구나 곁에 도움 되지 않는 사람에게 공감을 해주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속상하면 F도 그냥 속상함의 이유에 대해서 말을 하면 됩니다. 무슨 자꾸 돌려 이야기하고 상황을 가져다가 쓰지 마세요. 


요즘은 정말 상대가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지 않으면 공감능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겁니다. 감정은 서로 마음이나 반응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T도 F랑 이야기하면 답답합니다. 어딘가 사리 분별도 못하고 문제 해결 능력도 떨어지고 말투마다 짜증이 묻어나는 경우도 있어서 상황마다 우쭈쭈 해달라는 경우도 있어요. 주변에서 나는 F니까 혹은 T니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랑은 거리를 두고 싶습니다. 


얼마나 편리한 합리화입니까? 매일 힘들다고 들어달라고 하는 사람에게 반대로 이야기해보세요. 나 오늘 회사에서 힘들었어 이렇게 말하면 갑자기 당황해서 중간에 말을 끊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어요. 상대가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인지 고민하지 않고 자기 힘듦을 말하는 사람의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갑자기 토라져서 왜 공감을 못해주냐고 툴툴댑니다. 적당히 스스로 감당할 문제까지 다 위로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합니다. 내 사람도 아닌데 매번 받아주는 사람은 더 힘듭니다. T와 F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적절한 경계입니다. 


P.S. 하.. 너도 속상하고 쟤도 속상하고 나까지 속상하면 세상에 속상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나 정서적 과부하 걸리겠네. 대속상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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