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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Mar 24. 2024

자리 나면 연락 주세요!

[뜬금없는 부탁]


자리 나면 연락 달라고요? 하하. 싫은데요.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정말 도움받고 싶으면 평소에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세요. 있을 때 별로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데 별로 연락하고 싶지 않아요. 연락 달라는 사람이 당신 말고도 많습니다.    


회사를 옮기고 이제 조금 적응하고 싶은 평화로운 나날들입니다. 일이 너무 많아 열심히 일을 쳐내는 하루를 보내고 있죠. 운이 좋게도 다니던 회사보다 좋은 회사입니다. 바쁘더라도 웃으며 잘 지내고 싶어서 무척이나 노력합니다. 이전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전 회사 동료들과 가끔 연락하면서 지냅니다. 저에게 주로 하던 업무에 대한 질문이나 다니던 회사가 힘들어서 일과 사람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죠. 회사에 대해 잘 알던 사람이 나갔으니 대나무숲처럼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고 공감을 바랍니다. 


대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회사를 옮긴 것에 대해서 축하해 주면서 자기가 꼭 오고 싶었던 회사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회사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더 열심히 일하자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 그 말을 해준 사람이 참 좋은 사람 같이 느껴집니다. 진심으로 다른 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말을 들으면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어요. 좋은 마음은 돌고 돌아 좋은 이미지를 남깁니다.


그런데 가끔은 별로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리 나면 연락 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원래 염치가 없거나 의도가 나쁜 사람은 아닌데, 이런 요청은 너무 직접적이고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의 추천은 채용에 약간 도움이 되겠지만 자기중심적 사고와 기회주의가 더해져 이미지가 정말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무리한 요구에 당황하며 몇 번은 거절하지만 계속 이야기하면 서서히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손절당할 수 있어요. 


기억을 더듬어 최근 저에게 자리 나면 연락 달라는 사람과 일했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같이 일하면서 좋은 기억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일 처리 능력, 일을 대하는 태도, 의사소통 능력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해 봐도 객관적으로 별로 추천해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의사소통 능력이 매우 떨어져서 저를 곤란하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연락을 시도하거나 적극적으로 이직의 기회를 찾는 데 있어서 과감한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오히려 이력서와 경력 기술서의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면 회사와 지원자를 연결해주는 헤드헌터에게 적극적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거나 마음을 끌게 해야죠. 업계가 좁을수록 회사에서 같이 일하면서 일도 정말 잘하고 태도도 괜찮은데 또 친했다면 같이 일하고 싶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 사람입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을 인맥으로 채용한다면 그것은 잘못되었지만, 평판이 좋은 사람을 데려온다면 그것은 잘된 일입니다. 그래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랜 회사 생활로 사람을 하나 잘못 뽑으면 팀이 아주 박살 나고 일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채용이 조직 문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정말 커요. 분위기는 사람이 만들고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팀장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채용 과정에서 관리 스타일과 조직 문화의 적합성에 대해서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면 비극은 시작됩니다. 


직원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필요한 곳에서는 일을 조금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경쟁이 치열하고 상하 관계가 뚜렷한 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있던 직원은, 엄격한 지시와 통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협력과 개방성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엄격한 관리자는 팀에 타이트한 규칙을 적용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은 충분히 듣지 않습니다. 직원들 사이의 긴장이 증가하고 의사소통은 감소하겠죠.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자리가 나면 연락해 달라는 사람을 새로운 직장에 추천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이유는 불확실성입니다. 해당 인물과 충분히 친하지 않거나, 그들의 업무 성과와 전문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알지 못한다면, 그들의 능력과 업무 태도에 대해서 정확하게 평가하거나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기업 문화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어요. 사람을 추천해서 같이 일하는 것은 지금 다니는 사람이 새로운 회사에서 인정을 받을 정도로 신뢰성이 높아야 가능합니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내 평판을 깎아 먹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보이면 추천한 사람의 신뢰성과 판단력에 대해 의문을 남길 수 있습니다. 다른 추천이나 의견에 대해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신중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인사팀을 두고 사람을 채용하는 이유는 잘못된 추천이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리 나면 연락 주세요라는 말에 회사 동료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네요. 사람을 진심으로 추천할 수 있을 때 추천해야 하겠습니다.  


P.S. 평소에 잘 소통했다면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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