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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Mar 31. 2024

다이어리를 추억하며...

첫 문장은 대단한 문장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흠 잡을 데가 많은 조잡한 문장이어도 좋다. 한 문장 한 문장 써라. 한 문장의 마침표를 찍기 무섭게 다음 문장을 써라. - 미국 작가. 조안 디디온(Joan Didion)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종이 위에 글을 쓰는 행위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한때는 각자의 생각과 꿈을 담아두던 다이어리와 수첩이 이제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디지털 메모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효율성과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슬픔도 동반합니다. 이제는 종이 위에 글을 쓰는 행위는 옛날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어요. 


그 시절, 사람들은 자신만의 글씨체로 감정을 표현하고 중요한 순간들을 조심스레 종이 위에 옮겼습니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의 오후, 모든 것이 지나가는 순간들이었지만 그것들을 다이어리에 적어서 영원히 기억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기록 방식은 크게 변화했죠. 손으로 글을 쓰던 시절 글씨 한 획 한 획에는 그 사람의 정서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글씨를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이 어떤 기분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그 글을 썼는지 느낄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나열된 글자들 사이에서 그런 개인적인 감정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디지털 기록은 편리하지만 때로는 너무나 차갑고 개인적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뉴스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혐오나 분노를 느낄 수 있는 댓글이 참 많죠. 


오늘 지금 쓰는 글은 다이어리를 펼치고 펜을 잡고 쓰고 있습니다. 일종의 명상과 같은 일이죠. 과거를 회상하고 순간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며 미래를 꿈꾸는 행동입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감정과 그 감정을 담아내는 행위의 가치입니다. 멋지게 변화하는 세상에도 순수한 감정의 기록은 영원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새해가 밝으면 가장 먼저 다이어리를 골랐습니다. 그 작고 귀여운 책은 저의 비밀스러운 친구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말이죠. 처음 페이지를 열 때마다 마치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어요. 글씨는 잘 못쓰지만 나만의 멋진 글씨로 목표와 꿈 그리고 감정을 적었습니다. 


다이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가장 충실한 친구가 되었지요. 기쁜 일이 있으면 그 기쁨을 나누고 슬픈 일이 있으면 그 슬픔을 달래주었습니다. 그 속에는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 친구와의 다툼,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변화와 성장을 기록한 시간의 증인입니다. 기록이 차면 아쉽지만 정리 했습니다. 학교에서 받은 상처, 비밀스러운 꿈, 나를 몰라주고 서운하게 하는 어른들 그리고 어느 누구와도 공유하지 못한 생각들까지 모두 그안에 고이 접어 있었죠. 어른이 되어서 옛날 다이어리는 모두 사라졌지만 디지털 기록으로 저장된 기억을 읽을 때면 그 때의 나를 만나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 순수했던 시절의 나는 언제나 희망에 가득 차 있었고 큰 꿈을 품고 있었어요.


이제 한 때의 나를 담은 보물상자는 사라지고, 지금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해 기록을 남기는 일이 많아졌지만 종이 위에 쓴 글은 저에게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얽혀 있는 시간을 초월한 연결고리와도 같아요. 다이어리를 통해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감정과 순간은 잠시나마 저장이 가능합니다. 미래의 나도 언젠가는 이 순간을 다시 한번 회상하며 미소 지을지도 모릅니다.


P.S. 손글씨 쓰기는 꽤 좋은 명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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