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연락도 없던 지인이 결혼한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모바일 청첩장을 보니 안 본 지 오래돼서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결혼식 장소를 보니 강남입니다. 허허 웃으며 돈이 좀 들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혼 비용이 1억이 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코로나를 지나며 규모가 비교적 작은 예식장이 많이 문을 닫았습니다. 살아남은 호텔 웨딩홀 같이 비싼 장소를 보면서 결혼을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은 참 결혼하기 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담이라도 요즘 결혼은 부자들만 하는 것이라며 영화나 드라마 같은 비현실적인 결혼 소식만 들립니다.
높아진 결혼 문화에 결혼과 출산율은 점점 떨어지기만 합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돈 아깝고 고생한 기억만 남지 살다 보면 그때의 모습과 너무 달라져서 기억도 나지 않아요.
100만 원이 넘는 드레스를 빌리기 위해서 드레스 샵을 시간대로 돌아다니며 드레스를 입어보는 비용도 따로 내는 이상한 문화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비싼 돈을 주는 손님이 흰 봉투에 돈을 담아 옷을 입게 해 줘서 고맙다고 보상을 해야 한다니 갑과 을이 바뀌었죠. 한 10여 벌을 입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드레스를 입은 사진은 또 찍을 수 없습니다. 디자인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아무래도 사진을 찍고 별로라는 소문이 돌면 그 드레스 샵은 손님이 줄어들기 때문에 막는 것이겠죠. 일반인이 입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면 몇 백만 원짜리 드레스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미용실 잡지에서는 이미 드레스나 명품 반지 등이 있습니다. 모델이 입어서 당연히 예쁘죠. 이 때문에 드레스 투어에 남편이 될 사람은 기억력이 매우 좋거나 그림을 잘 그려서 특징을 묘사해야 합니다. 대답을 잘못하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며 예비 신부가 토라집니다. 결혼과 관련되어 온라인에서 흔히 말하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하다 보면 도대체 이건 왜 하는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비싼 돈을 내고 가는데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작가에게 줄 도시락과 간식까지 챙겨가야 합니다. 아니, 뭐 고마운 일 있다고!? 여기에 백만 원이 넘는 돈을 냈는데 원본 사진을 받으려면 또 돈을 달라고 독촉합니다. 당연하게도 액자, 배송비에 결혼식장까지 와서 사진 찍어주는 비용은 추가추가추가입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 신부는 이러한 스트레스에 추가 비용에 한숨이 나옵니다. 안 해주면 예비 신부가 토라집니다. 그때가 도망칠 마지막 기회입니다.
일반인 기준으로 인생 최고의 이벤트에 수천 만원의 돈을 내면서 비현실적인 대우를 받으며 다 참아내야 합니다. 한 번뿐인 결혼이라고 참고 넘어갔는데 돈도 미리 내놓고 결혼이 잘못될까 봐 불안을 먹고사는 장사입니다. 돈을 미리 냈는데 서비스가 형편없어도 별다른 행동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큽니다. ‘스드메’를 하는 사람도 알아요 어차피 한 번뿐인 결혼식 서로 볼일 없으니 그냥 하는 것이죠.
이러한 문화들이 쌓여서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살면서 행복한 일이 많은데 벌써부터 물질적인 것으로 충족하려면 그 끝은 뻔하겠죠. 이런 귀찮음을 안겨준 사람에게 속상할 것 같습니다. 결혼 준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현실과 타협하여 아등바등 살아가야 할 테니까요. 결혼 그 끝은 쌩얼입니다.
P.S. 한 번뿐인 결혼이라고 하지만 몇 번 더 할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