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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Sep 28. 2024

인간관계 권태기에 대해서

[인간관계의 권태기]


최근 지인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어졌다는 고민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딱히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더라도 주변의 가족, 친구, 회사 동료들에 대해서 흥미를 잃었고 잘 지내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깝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관계는 점점 목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꼭 옆에 있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고, 그 다른 사람도 나를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언제든지 가볍게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런 관계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쓸 수 있는 정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결혼 자체도 줄었지만 회사의 동료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돌릴 때 새로운 문화가 생겼습니다. 


청첩장 모임이라고 청첩장만 돌리고 초대하면 나중에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 미리 점심을 사거나 저녁을 대접해서 결혼식에 와서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축의금(?)을 내주길 바라는 것이죠. 은근히 많아지는 문화입니다. 그 마음은 이해해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청첩장을 주는 것도 싫고 와도 밥값이 비싸서 손해만 보니까요.


그만큼 관계도 효율성과 실용성이 중요해졌습니다. 손해 보기 싫은 마음이 사회에 가득합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도 물질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바뀌고 있습니다. 관계의 분류와 그 목적은 점점 더 세밀해지고 있어요. 플랫폼들은 사람을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진화하지만 목적이 뚜렷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자연스러운 만날을 통해서 연애와 결혼을 하는 문화에서 지금은 결혼 전문 회사, 소개팅 어플을 통해서 이미 검증된 사람과 결혼을 위해 효율성과 실용성을 추구합니다. 알아가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것이죠. 그리고, 결혼을 먼저 한 선배들을 보고 어떻게 하면 결혼을 잘할 수 있는지 배워서, 그 방법대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미 검증된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죠. 현명한 방법입니다.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은 개인의 감정이나 정체성보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러다 보니 돈과 시간이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더 느껴지고, 서로 상호 존중보다는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이익이 되면 만나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만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내가 친구에게 아무리 잘해줘도 나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쉽게 인연을 끊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의 확산도 이유가 됩니다.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가 지독하게 강해졌습니다. 사람들이 자신과 맞는 사람들과 만나려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모두가 인터넷을 하고 커뮤니티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만 찾다 보니,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이 서로 발전하는 것보다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와인 동호회, 자전거 동호회, 러닝 동호회 등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그냥 사람이 좋아서 만난 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나에게 줄 수 있고, 제공할 수 있는 가치나 역할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어요. 한국 사회에서는 고질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불편해도 참아라, 어른한테 양보해야 한다, 잘해야 한다 등의 지나치게 잘못된 유교 사상을 강요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제는 사람들도 알아버린 겁니다. 어른들이 사회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집단에 이용당하기보다는 개인주의를 활용하는 걸 선택하는 겁니다. 


비대면 소통의 증가는 관계를 가볍게 합니다.


기술 발전과 비대면 소통의 증가로 인해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 피상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특정 목적을 가진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늘어남에 따라, 감정적 교류보다는 실용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상호작용이 더 많아졌습니다. 


사회에서 사람들의 관계가 이렇게 바뀌다 보니 연애와 결혼을 넘어 사람 자체를 만나기가 싫은 겁니다. 사람을 믿을 수 없어요. 실제로 메신저나 SNS, 커뮤니티에서 이모티콘까지 쓰면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갑자기 실제로 만나니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사이라면 이 관계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P.S. 뭐 부작용은 주고받는 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이 줬으면 나는 받기만 하면 좋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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