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사회에 더 기여했다는 착각]
돈이 많으면 많이 기여한 거라면, 로또 1등은 하루 만에 위인이 되겠네.
얼마 전 한 방송인이 유튜브 콘텐츠에서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번다"며 월급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했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말이다.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다'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이 주장은 논리적으로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 세상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치킨을 튀기는 자영업 사장님보다 그 치킨집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가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정말 건물주는 하루 열 시간씩 기름 튀는 환경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가맹점 수수료와 재료비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자영업자보다 더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가장 기여를 많이 한 건 닭이다. 닭 한 마리가 육류 산업, 가공 식품, 사료 산업, 물류와 배송, 프랜차이즈 산업, 소비 파생 효과 등 수많은 산업을 먹여 살리는 원천 자산이다.
또한 이 논리를 확장하면, 직접 노동을 하는 사람은 사회적 기여가 적고, 금융상품을 사고팔며 돈을 버는 사람은 엄청난 공헌자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럼 워런 버핏은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금융의 힘은 분명 크다. 하지만 시장에 돈을 넣어 놓고 기다리는 것과 불 속에서 사람을 구하거나 중환자실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 중, 어떤 것이 사회적 기여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단순한 수익 계산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
소방관, 간호사, 응급구조대원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직군은 연봉이 높지 않다. 이 논리에 따르면 그들은 사회적 기여가 낮은 셈이다. 결국 불 끄고 사람 살리는 일을 하기 전에 비트코인부터 투자했어야 한다는 황당한 논리로 귀결된다.
결국 돈이란 사회적 기여의 순수한 지표가 아니다. 운과 자본력, 그리고 구조적인 불평등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을 일찍 산 사람, 재벌가에 태어난 사람, 혹은 시장의 흐름을 운 좋게 탄 사람은 사회적 귀여와는 무관하게 큰 부를 쌓을 수 있다. 반대로 진짜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움직이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정작 낮은 보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나는 방송인이라는 이유로 똑똑한 척하며 세상을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하려 드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그들의 주장은 듣기엔 달콤하지만, 현실을 호도하기 쉽다. "돈 많이 버는 사람 = 사회에 많이 기여한 사람"이라는 말은 결국 돈 버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자기 위안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환상을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1. 필수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과 높은 사회적 기여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병원 청소부, 식당 종업원, 배달원 등 필수 노동자들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에서도 필수 노동자의 약 절반이 시간당 15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종종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 사회적 가치와 임금의 불일치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보육 교사, 병원 청소부, 재활용 노동자 등은 낮은 임금을 받지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업 종사자나 광고 전문가 등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보육 교사는 지급받는 임금 1파운드당 7~9.5파운드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반면, 시티은행의 투자은행가는 1파운드당 7파운드의 사회적 가치를 파괴한다는 분석이 있다.
3. 임금이 사회적 기여를 반영하지 않는 구조적 요인
임금은 개인의 사회적 기여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임금이 시장 수요와 공급, 협상력, 제도적 요인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4. 한국의 경제 불평등과 사회 이동성
한국에서도 경제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연 1,200만 원 이하를 버는 저소득층이 전체 노동자의 37.8%를 차지했으며, 1억 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층은 1.4%에 불과했다. 이러한 불평등은 사회 이동성을 저해하고, 청년층의 좌절감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한다"는 주장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실제로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여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P.S. 위험한 논리의 전문가를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