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언제나 정착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된다.]
“그때 왜 참았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의 그 ‘쎄한’ 감정을 무시하지 마라.
직장은 인생에서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런데 매일 출근하면서 이상한 기분이 든다면?
지금 다니는 직장이 명확히 뭐가 문제인지 딱 집어 말할 순 없어도, 어딘가 이상하고, 피곤하고, 불안하다. 그럴 때는 이 다섯 가지를 점검해보자.
이 중 세 가지 이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더 이상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1. 온보딩이 없다 = 관리도 없다
입사 첫날, 컴퓨터 세팅도 안 돼 있고, 사수도 없다.
“이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전에 하던 방식 찾아서 해.”
전에 하던 방식을 찾아서 해왔더니 더 잘해와야 할 것 아니냐고 한다.회사라는 조직에서 나를 ‘채용’한 게 아니라, 그냥 ‘현장에 투입’시킨 것이다. 신입사원을 포함한 경력사원도 다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아는 한 마케터는 첫 출근 날, 사무실에 인사 담당자가 없어서 카페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다. 매뉴얼도 없고, 계정도 직접 만들어야 했다. 한 달 뒤, 실수 하나로 "왜 이것도 몰라?"는 말만 들었다. 그 실수가 왜 났는지, 누가 알려줬어야 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회사의 시스템에 관한 내용도 알려주지 않고 일을 못한다고 한다.
2. 회의는 많은데 결정은 안 난다
매일같이 회의는 하는데, 결론이 없다.
“이건 좀 더 상의해보자.”
“윗선에 보고는 해봤어?”
“이번 주는 보류.”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시간만 흐른다.
업무는 앞으로 나가지 않고, 사람들만 지쳐간다.
이건 IT 개발자들이 많이 느낄 것이다. 한 개발자는 기능 하나를 결정하는 데 세 번의 회의와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시장은 변했고, 고객 니즈는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늦은’ 결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우리 판단이 늦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요즘 회의 때 왜 이렇게 조용해?”
“다들 말 아끼잖아요. 아무 말이나 꺼냈다가 다음 타깃 되는 거 순식간이니까요.”
앞으로 회의는 항상 침묵으로 진행될 것이다.
3. 업무보다 분위기가 더 피곤하다
사무실이 조용한 게 아니라 ‘살얼음판’이다.
일보다 눈치가 먼저 돌아다닌다.
회의에선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는다.
“저 말 괜히 했다가…”라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을 스친다.
팀원들과 같은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서로 메시지 하나 보내는 게 조심스러우면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그런 말은 조심해”, “그런 요청은 메일로 주세요” 등등 번거로운 피드백이 반복되자 점점 말수를 줄였고, 어느 순간 자기 의견은 ‘있어도 안 꺼내는 것’이 편해졌다. 업무는 존재하지만 ‘협업’은 없었다.
4. 조직의 룰보다 위 사람 기분이 중요하다
매뉴얼이 있어도 의미가 없다. 기분 나쁘면 룰은 사라지고, 기분 좋으면 엉터리 업무도 통과된다.
결국 실수는 실무자의 몫이고, 잘된 건 다 위로 올라간다.
SOP(표준 업무 절차)에 따라 리포트를 작성했지만, 팀장이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는 이유로 전부 수정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몇 달 뒤 그 문서를 그대로 발표 자료로 써서 팀장이 상을 받았다. 실무자는 아무도 그 노력을 기억하지 않았다.
기분 나쁘면 절차는 무시되고, 기분 좋으면 오류도 승인된다.누가 무엇을 잘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날 아침 그 사람이 어떤 표정이 있느냐? 당연히 업무가 잘될리가.
5.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 자꾸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출근길에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회사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이미 떠나 있다.‘이 일을 왜 하고 있지?’ ‘이 조직에선 나는 누구지?’ 그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른다면, 이미 당신의 마음은 퇴사 중이다.
업무는 계속되는데, 피드백은 없다. 프로젝트를 열심히 끝낸 날, 아무런 피드백도 없이 다음날 또 새로운 일만 계속 떨어졌다. 기여는 사라지고, 다음 업무만 쌓인다. 그날 처음으로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떠올렸고, 그 질문은 일주일 내내 계속됐다. 그렇게 한 사람은 어느 날 퇴사를 했고,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금의 '쎄한 느낌', 무시하지 마라.
그건 당신의 몸과 마음이 보내는 경고다.
버티다 보면 괜찮아질 거란 착각, 지나고 보면 독이 된다.
나중에 가장 잔인한 말은 결국 이것이다.
“그때 왜 참았지?”
회사는 당신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당신만이 당신을 지킬 수 있다.
그 시작은, 그 미묘하고 찜찜한 기분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틀리지 않았다.
이 중 3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회사는 수없이 많지만, 당신의 건강과 시간은 단 하나뿐이다.
P.S. 지금 쎄하다면, 나중엔 그 쎄함이 당신을 떠나게 만들 것이다. 미리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