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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지 않는 회사 생활법

by 달빛소년

[우리 월급의 절반은 부당함을 견디는 값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 우리는 누구나 직장 생활의 불합리함을 날카롭게 인식한다. 학교에서 배운 상식이나 도덕적 기준, 혹은 사회적으로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기준들이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는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뒤틀리는 모습을 처음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마주하는 일들마다 반발심과 억울함,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월급이 적을수록 업무량이 많고, 일을 빨리하면 퇴근이 늦어진다. 일을 못하면 직장 생활이 편하고 일을 너무 잘하면 욕을 먹는다. 직장은 정말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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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직장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점차 '불합리함'이라는 것이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일종의 회사 내 규칙임을 알게 된다. 우리가 신입사원으로서 목격했던 부당한 업무 분담, 상사의 비논리적인 지시, 동료 간의 불공평한 대우 등은 사실상 회사 생활의 필수적인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많은 이들이 조직 내의 문제들을 지적하고자 했지만, 회사라는 시스템 자체가 이러한 불합리성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직장 생활을 지속하려면, 이 불합리함을 모두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어떻게 공존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모든 불합리함에 일일이 반응하면 결국 그 반응이 우리 자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킬 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 우리가 설 수 있는 입지를 스스로 좁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지점에서 반응할지를 선택하고, 동시에 그 반응의 역치를 높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반응하는 지점을 찾는다는 것은, 무엇이 내게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소한 문제에 과민반응을 보이면 조직 내의 평판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정신 건강과 감정적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내의 불합리함에 익숙해지는 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모든 문제에 똑같이 화를 내고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은 마라톤과 같아서, 짧은 시간의 승부가 아니라 길고 지속적인 과정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치를 높인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자신이 반응해야 할 일과 넘어갈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직장 생활에서 우리가 겪는 불합리함 중에는 사실상 본인의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높이는 것 외에 실질적인 피해가 크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 상당히 많다. 이러한 것들에 매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결국 회사 생활 자체가 감정적인 소모가 심한 지옥과 같은 공간으로 변해버린다.


예컨대 상사가 부당하게 업무를 지시했을 때, 초년생은 강한 억울함을 느끼고 즉각적으로 저항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런 업무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다른 업무와 균형을 맞추는 법을 배우게 된다. 혹은 조직 내에서 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지금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감정을 조절하며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직장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반응 역치를 관리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것이 잘 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갈등이 잦아지고, 회사 내에서 조직 부적응자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단순히 회사에서의 성공만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반응의 역치를 높이면 불합리한 일에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일이 줄어들고, 회사 생활이 덜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에서의 불합리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직은 크고 복잡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와 충돌로 얽혀있다. 사회 초년생이 느끼는 예민한 정의감은 분명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지만, 조직에서 장기적으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그것을 관리하고 통제할 줄 아는 성숙한 태도가 요구된다.


사회 초년생 시절 느끼던 모든 불합리함에 대한 분노를 잊으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라는 것이다. 모든 싸움에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전투를 골라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작은 전투에서는 현명하게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장기적으로 조직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면서도 감정적, 육체적 소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직장 생활은 결국 장기전이며, 마라톤과 같다. 불합리함이라는 장애물과 현명하게 공존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 결국 목표한 지점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


P.S. 저는 로또에 당첨되어 회사를 때려치는 상상을 가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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