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는 게 회사]
민수는 첫 직장에서 누구보다 성실했다. 보고서는 마감 하루 전에 끝내고, 회의 자료는 꼼꼼하게 준비했다. 그래서 승진이 빠를 거라 믿었지만,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팀장은 “이번엔 연차 위주로 올렸어”라는 말이 전부였다.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버릇없다”는 한마디였다.
지연은 프로젝트 회의에서 분명 합의한 내용을 며칠 뒤 부정당했다. “그렇게 얘기한 적 없다”는 동료의 말에 당황했지만, 그녀는 조용히 회의록을 꺼냈다. 날짜와 결정 사항이 적힌 기록이 상황을 단번에 뒤집었다. 결국 지연의 말대로 프로젝트는 진행되었고 동료는 신뢰를 잃었다.
성훈은 실적이 좋을 땐 자신이 회사의 핵심 인물인 것 같았지만, 성과가 떨어지자 스스로를 ‘무능력자’라 여겼다. 물론, 실적이 떨어지자 회사에서도 성훈에게 더 이상 성과급을 주지 않았다. 성과에 따라 존재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삶이었다. 성훈은 얼마 뒤 자신이 달성한 최고 실적을 가지고 다른 회사로 옮겼다.
혜정은 8년간 다닌 회사에서 구조조정 소식을 들었다. 많은 동료들이 충격에 빠졌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평소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업계와의 연결을 유지해둔 덕이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곧 동종업계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진은, 버틸 힘이 없던 시절에도 늘 점심을 함께 먹어주는 동료가 있었다. 그 한 시간이 하루를 버티게 했다. 업무 얘기 대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은,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는 걸 깨닫게 했다.
이 다섯 사람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하나의 결론을 향한다.
회사는 결국 내 마음대로 되는 곳이 아니고,
그래서 더더욱 ‘어떤 마음으로 다니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회사를 어떤 마음으로 다녀야 할까?
회사가 나를 완벽하게 지켜줄 거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공정한 보상, 이상적인 상사, 안정적인 조직…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다. 그리고, 대신 내 기준만큼은 스스로 높게 세워라. 환경이 흔들려도 내 속은 무너지지 않게.
직장에는 좋은 사람도, 변하는 사람도, 뜻밖의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감정의 부침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건 결국 기록이다. 대부분 좋지 않은 사람이 많다. 회의 내용, 마감일, 결정 과정…
종이에 남은 글씨가 나의 방패가 된다.
성과는 ‘일의 결과’이지 ‘내 존재의 값’이 아니다. 성과가 좋다고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말고,
못했다고 스스로를 깎아 내리지도 말자. 일은 내 일부일 뿐, 나 전체가 아니다.
떠날 수 있는 준비는 회사에 대한 배신이 아니다. 그건 내 삶을 지키는 안전망이다. 이력서를 정리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그 준비가 있으면 오늘도 담담하게 버틸 수 있다.
회사 생활은 혼자 버티는 싸움 같지만, 결국은 함께 버틸 사람 한 명이 필요하다. 밥을 같이 먹어주는 동료,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상사, 작은 실수를 덮어주는 팀원. 그런 관계 하나가 하루를 버티게 한다.
좋은 마음가짐이란, 회사에서 웃을 수 있는 힘을 지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아도, 내 삶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 성과가 나빠도,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게.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오늘을 놓치지 않게. 그리고, 내 옆에 한 명쯤은 남아 있는 관계를 잃지 않게.
회사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을 배우는 한 학교이기도 하다.
그 수업료를 헛되이 쓰지 않는다면, 떠나는 날에도 웃으며 인사할 수 있을 것이다.
P.S. 회사가 내 전부가 아니란 걸,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