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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은근히 선을 넘는 사람을 대하는 법

by 달빛소년

[은근히 신경 쓰이는 사람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참 애매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놓고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늘 은근히 선을 넘는 사람들이다. 겉으로는 평범하고, 때로는 친절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조용히 경계를 건드린다. 발끝으로 내 자리를 슬쩍 밟고 들어오는 것 같고, 얇은 얼음을 살짝 금 가게 만드는 것 같다. 직접적으로 불쾌하지는 않지만, 작은 말, 사소한 부탁, 눈치 없는 태도가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새 하루 전체가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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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특징은 단순하다. 회사 규정을 어기지도 않고, 예의 범절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애매하다. “이건 잘못됐다”고 명확히 지적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들과 마주할 때마다 작은 불편이 마음에 걸린다. 은근히 선을 넘는다는 건 바로 그런 것이다.


[은근 선 넘기는 다양한 사례]


첫째, 점심 강요형


“오늘 점심 순대국 어때? 너도 같이 가자.”

처음엔 친근한 제안 같지만, 거절하려 하면 괜히 분위기가 싸해진다. 어느 순간부터 내 점심 메뉴와 스케줄이 상대의 손에 달려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심지어 나는 순대국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둘째, 칼퇴 방해형


“급한 건 아니야. 근데 내일 아침까지만 부탁할게.”

급하지 않다면서 왜 퇴근 5분 전인가. 이 부탁은 꼭 집에 가려는 순간 날아든다. 덕분에 ‘칼퇴’는 사전에만 있는 단어가 되어버린다.


셋째, 사생활 침범형


“연봉 얼마 받아?” “집은 전세야, 월세야?” “결혼은 언제 할 거야?”

본인은 가볍게 묻는다고 웃어넘기지만, 듣는 쪽은 속이 뜨끔하다. 회사라는 공적 공간에서도 개인의 경계를 무심히 넘나드는 사람들이다.


넷째, 책임 회피형


성과가 좋을 땐 본인의 공으로 가져가고, 문제가 생기면 “원래 네가 맡았던 거잖아”라며 떠넘긴다. 직접 싸움거리를 만들진 않지만, 옆에서 꾸준히 체력을 소모하게 만드는 타입이다.


다섯째, 회의 장황형


“저는 짧게 말씀드릴게요.”라는 말로 시작해 15분 넘게 발언한다. 회의가 끝나고 나면 안건은 흐릿해지고, 그 사람의 목소리만 머릿속에 남는다. 작은 행동이지만 이런 순간들은 의외로 오래 마음에 남는다. 한 번은 별것 아니라고 넘겼는데, 어느새 내 하루를 무겁게 만드는 그림자가 된다.


[애매함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


회사라는 공간에는 온갖 유형의 사람이 있다. 그중 ‘은근 선 넘기 달인’들은 생각보다 흔하다.

이런 사람들과 마주할 때 가장 힘든 건, 바로 애매함이다.

당장 불쾌하다고 하기엔 사소한 일이고, 그렇다고 가볍게 넘어가기엔 반복되면 피로가 누적된다.

처음엔 단순히 짜증스럽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게 내가 미안해진다. ‘혹시 내가 너무 까칠한 건 아닐까?’ ‘괜히 분위기를 깨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이 스스로를 괴롭힌다. 선을 넘은 건 분명 상대인데, 불편함은 나만 짊어진다. 이 불균형이 우리를 지치게 한다.


회사라는 공간은 이미 긴 시간을 머물러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소소한 불편이 반복되면,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도 잔상이 남는다. 작은 말 한마디가 괜히 마음속에서 리플처럼 번져나가며 평온을 깨뜨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직장인들이 경험으로 터득한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반응을 거두는 것.

은근히 선을 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의 리액션에서 힘을 얻는다. 억지로 웃어주면 ‘괜찮구나’ 하고 착각하고, 한두 번 부탁을 들어주면 ‘이 정도는 해주겠지’라며 점점 더 요구한다. 작은 양보 하나가 다음엔 더 큰 선 넘기로 이어진다.


이때 가장 필요한 건 무심한 태도다. 웃어주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듯 흘려버리는 것. 처음엔 어색할지 몰라도, 이게 가장 강력한 경고다. 회사라는 공간은 눈치와 분위기가 빠르게 전파된다. 내가 선을 지켰다는 메시지는 상대뿐 아니라 주변에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물론 한두 번 무시한다고 바로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가 처음엔 더 집요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같은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면, 결국 상대는 더 이상 시도할 이유를 잃는다.

경계선을 지킨다는 건 단순히 남을 차갑게 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피로를 차단하는 자기 보호다. 회사 생활에서 ‘선을 지킨다’는 건, 나의 하루와 마음을 지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방법이다.


회사는 성과만큼이나 관계가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관계에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건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은근히 선을 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웃으며 받아주지도 말아야 한다. 그저 무심하게 거리를 두고, 필요 없는 리액션을 거두며 “여기까지”라는 선을 지키는 것.

작지만 단단한 그 선이, 결국 회사를 버티게 하고,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

선은 내가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P.S. 때론 울타리가 필요할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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