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의 진짜 이유

by 달빛소년

우리 주변에는 잘 지내는 것 같다가 어느 날 갑자기 관계를 끊는 사람이 있다. 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던 쪽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답장이 뚝 끊긴다. 대부분 이유는 단순하지만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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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고민을 못 들어준 게 아니라, 너무 오래 들어줬다. 계속 공감하는 쪽이었던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불편해도 웃고 넘기고, 힘들어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이 관계에서 나는 늘 들어주는 역할이고, 나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때 선택지는 두 가지다. 말을 꺼내 관계를 다시 조정하거나, 아무 말 없이 관계를 끝내거나. 하지만 말을 꺼내기에는 이미 지쳤고, 설명하기에는 에너지가 없다. 그래서 그 사람은 조용히 사라진다. 답장이 끊긴 건 무례함이 아니라, 더 이상 자신을 소모하지 않기 위한 결정인 경우가 많다.


관계가 끊어진 쪽은 이렇게 생각한다. ‘같이 지낸 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칼같이 손절할 수 있지? 정말 차갑다. 친구 맞아?’ 하지만 그렇게 관계를 끊는 사람은 대개 오래전부터 참고 또 참아온 경우가 많다.


사람을 손절하는 과정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상대는 모르는 자기만의 기준선이 있다. 상대가 그 선을 넘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지만, 관계가 틀어질까 봐 바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 불편함이 쌓이고, 선을 넘는 일이 반복되면 결국 만나지 않게 된다.


처음에는 예전처럼 바로 답하지 않는다. 필요한 말만, 감정이 빠진 문장으로 메신저에 답한다.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 않고 질문도 줄어든다. 그때 상대는 ‘요즘 많이 바쁜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메시지를 읽고도 바로 답하지 않는다. 답장을 미루는 시간이 길어지고, 며칠이 지나서야 형식적인 반응만 남긴다.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는 남아 있지만, 에너지는 이미 빠져 있다.


이후에는 메시지를 읽지 않은 상태로 둔다. 알림은 보지만 열지 않는다.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 일부러 피한다기보다, 응답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 상태다. 마지막에는 침묵이 일상이 된다. 설명도, 다툼도 없다. 관계를 정리했다기보다 관계에서 빠져나온 상태에 가깝다. 상대에게는 갑작스러운 단절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사람은 오래전부터 마음으로는 이미 멀어져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상대가 ‘이제는 정말 선을 넘었다’고 느끼는 순간, 뒤돌아보지 않고 관계를 끊는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불편하면 말을 해야지. 왜 말도 안 하고 혼자 참고 손절하냐”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켜지지 않는 관계에서, 지친 사람이 굳이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다.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이미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갑자기 손절당했다고 느꼈다면, 서운함만 앞세우기보다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받기만 하지는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무례한 말이나 상처 주는 행동을 반복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누구나 상처 주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지는 않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무례한 사람들에게 오래 상처를 받아왔다. 친절하게 대하고 불편함을 줄이려 애썼지만, 상대는 필요할 때만 찾거나 그 호의를 당연하게 여겼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연락을 이어가 보았지만, 상대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번에 끊어내는 것이다.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면, 너무 많은 관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관계에서든 먼저 준다. 돈이든 감정이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준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이면 결국 자신이 가장 먼저 지친다. 이미 지켜야 할 관계, 감당해야 할 관계가 많은데 그 안에서 계속 상처까지 받는다면, 관계를 정리하는 건 회피가 아니라 자기 보호다.


관계를 한 번에 끊는 사람이 냉정하다고 말하기 전에,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먼저 돌아보자. 관계를 붙잡는 건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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