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질 때는 늘 거창한 해결책을 찾았다.
돈.
성공.
다른 사람들의 인정.
절대적으로 나를 지지해주는 사랑.
그것만 있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구원이 아니라 채찍이었다.
“더 벌어야 한다.”
“더 증명해야 한다.”
“더 잘 보여야 한다.”
“사랑받을 자격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를 다시 일으킨 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편의점에서 우연히 집어 든 달콤한 디저트 하나.
퇴근길에 이어폰을 끼고 들은 익숙한 노래 한 곡.
괜히 창문을 열어두고 맞았던 저녁 바람.
아무도 읽지 않아도 되는 글을 조용히 써 내려가던 시간.
그런 것들이었다.
사람은 무너질 때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느낀다.
관계도, 일도, 계획도 다 틀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럴수록 더 크고 강한 무언가가 나를 구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내 경험은 달랐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덕분에 버텼다.
달다고 느낄 수 있는 혀.
좋은 음악을 듣고 울컥할 수 있는 마음.
글을 쓰며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고요한 시간.
그것들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나는 아직 완전히 망가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좋아하는 것은 취미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은 나의 생존 본능이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이 사라질 때부터 고장 나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재미없고, 아무것도 설레지 않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챙긴다.
괜히 웃긴 영상 하나를 보고,
괜히 맛있는 걸 사 먹고,
괜히 글을 쓰고,
괜히 산책을 한다.
세상이 나를 밀어낼 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쪽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간다.
거창한 성공은 아직 멀었을지 모른다.
완벽한 인간이 되는 일도 아마 평생 없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아직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실 하나면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