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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Oct 27. 2022

아이를 민폐 덩어리로 표현하는 광고

에티켓(아이+에티켓) 정말 맞아?

* 타 플랫폼에 5월 17일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ㅁ 에티켓 : 예의범절, 예의. 존중의 뜻을 표하기 위한 말이나 행동.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캡처


아이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세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에티켓 캠페인


오은영 박사가 출연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에티켓(아이+에티켓) 캠페인 광고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고 하는 기사를 보고 의견이 분분하다. 나도 궁금해서 짧은 영상을 시청했는데 아이 둘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영상이 매우 부적절한 것 같아 해당 광고를 시청하고 관련하여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나친 상황 극과 억지 배려로 아이는 역시 사회에 민폐라는 인식을 주는 홍보물인 것 같다. 왜 저출산 대책 홍보 영상이 아이는 사회의 민폐가 될 수밖에 없다는 형태의 영상일 수밖에 없을까? 아이는 자극적이고 사회는 배려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는 아무것도 장려할 수 없다.


해당 영상은 총 3 편으로 식당, 공원, 직장 상황에서 아이와 부모를 사회가 배려해 달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의 상황은 너무 극단적으로 안 좋은 모습만 표현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최고의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로 나온 결과물이 고작 이것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영화로 치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등 명배우를 캐스팅하여 B급 영화를 찍는 것 과 다름없다. 관객들은 B급 영화를 보고 배우가 아깝다는 평을 할 것이다.


공원에서 아이가 부딪혀


커피를 쏟아 신발과 옷을 버리게 된다.


공원에서  산책 중 인 커플이 앞만 보고 달려든 아이와 부딪혀 바지에 커피가 쏟아져 옷과 신발이 더럽혀지는 모습이다. 화가 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오은영 박사가 나와 "아이의 서투름에 너그럽게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라고 말하며 키가 작아서 시야가 좁아서 부딪힌 상황에서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한다. 잘못된 행동을 서투름이라고 표현해 버린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나도 저런 상황이면 화가 나고 당황스러울 것 같다.


당장 부모님이 달려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세탁비를 물어줘도 모자랄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라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잘못된 행동을 하면 분명히 가르쳐야 하며 부모가 사과하고 노력해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가 올바르게 행동하면 아이도 따라 배운다. 심지어 요즘 공원에는 개를 데리고 나와서 펫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더 위험하며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고 다녀 다치기도 한다. 또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보다 아이가 더 해로운가?


 나는 아이를 데리고 자주 공원에 산책을 나가지만 뛰어다니면서 부딪혀 커피를 쏟게 하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 또한, 제도적으로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나눠져 있어 킥 보드나 자전거를 타는 아이와 부딪히는 경우도 드물며, 부모들은 아이들이 먼저 가거나 시야 밖으로 나가는 것을 불안해하여 잘 통제하는 모습이 더 많았다. 설령 아이의 실수로 커피를 쏟아 옷과 신발이 젖는 상황이 발생하여도 부모가 먼저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 정상이다. 영상에서는 아이가 잘못을 하였는데 부딪힌 아이나 부모가 사과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당에서 우는 아이

* 식당에서 유튜브 틀어주면 조용히 밥만 잘 먹는다.


다음 영상은 식당에서의 상황인데 아이가 울고 있고 주변 사람들은 불편해하는 표정을 짓고 부모들은 당황한다. 이때 참다못한 남자 손님이 "저기요, 아저씨"라고 말하며 항의한다. 그때, 오은영 박사가 "이럴 때 필요한 게 에티켓"이라며 아이가 낯설어서 힘들어할 땐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 하고 제안한다.


식당에서 떼쓰는 아이는 꽤 자주 목격할 수 있으나  영상은 과도하다고 생각하며 상식이 있는 부모는 식당만 가면 떼쓰고 우는 아이가 있는 경우 아이가 울지 않을 때까지 사람들이 많은 식당을 가지 않거나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여줘서 조용히 하게 한다.


간혹 너무 우는 아이의 경우 부모가 잠깐 밖으로 나가서 달래주고 다시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당에 얌전히 앉아서 밥 먹는 아이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모범적인 아이는 영상에 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또한 아이는 식당에만 가면 시끄럽고 떼쓰고 식당에 방문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와 불편함을 주는 존재라고 오해를 살 수 있고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영상이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부모들의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다짜고짜 애가 울고 있다. 노 키즈존을 옹호하는 사람이 해당 영상을 보고 그러니까 노 키즈존 합니다.라고 한다면 반박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영상 이기 때문에, 노 키즈존을 옹호할 수 있는 영상으로도 보이는 것 같아 심기가 불편하다.


아이 하원을 해야 하는데 상사가 눈치 주는 상황

다음은 직장 편인데 야근을 하는 남성이 아이 어린이집으로부터 아이의 하원 전화를 받고 상사 눈치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데 오은영 박사는 육아하는 부모를 배려해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 한다. 실제로 회사에서 눈치 주는 사람도 많으며 퇴근 시간에 말을 걸거나 회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뭐 모르고 그런 것은 아니고 대놓고 눈치 주면 본인이 나쁜 사람 되는 것 같으니까 은근슬쩍 돌려 까는 것이다.


남성이 직장에서 등, 하원 관련한 전화를 받고 발을 동동 거리는 상황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애석하게도 한국 사회는 엄마가 주로 아이를 양육하며 맞벌이하는 경우 아이를 대신 도맡아 잠깐 봐줄 수 있는 조부모에게 부탁하거나 등 하원 도우미를 고용한다. 아무리 정이 없기로 애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눈치 주는 인정머리 없는 상사가 사회에서 그렇게 많은지 묻고 싶다. 


아이와 연관된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 상황을 억지로 연출하여 단순히 구성원들에게 이해를 바라는 영상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배려를 강요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면 아이 낳기는 더 힘들며 아이는 나쁜 행동을 하니까 낳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것이다.


아이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은 부모의 대처가 미흡한 경우가 많아 부모를 위한 캠페인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령 공원에서 아이와 행복하게 노는 가족, 식당에서 얌전히 예의 있게 밥 먹는 아이, 직장 생활에 힘들지만 아이의 해맑은 미소로 기분이 풀리는 부모,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면서 재충전하는 모습 등  사회에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상황들이 많이 있는데 논란이 있을 만한 억지 영상을 만들다니 세금 써서 만드는 영상인 만큼 조금 더 현실적인 홍보 영상을 찍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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