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다

일상 에세이 : 세밀한 행복

by 박매력

연말이 되어 친구들을 만나면 ‘곧 있으면 한 살 더 먹겠네.’라며 푸념을 늘어놓는 건 이제 연례행사가 된 것 같다. 실제로 주변에서 나이를 먹는 게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더욱 짙어진 눈가의 주름이, 누군가는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체력이, 또 누군가는 가만히 있어도 붙어버리는 나잇살이 골치가 아프다며 나이 먹는 것은 곧 늙음이라 인식하는 것 같다.


물론 물리적인 신체의 늙음을 인간이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이를 먹는 게 그리 싫지 않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늘 불안하고, 사람들에 치여 여유가 없었던 십 대와 이십 대가 너무 싫었던 나머지 삼 십대가 되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움과 여유가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이를 먹는 것의 좋은 점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워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진다는 점이다. 어렸을 땐 무리에 어울리기 위해 원치 않는 경험을 하는 일도 많았고,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내가 원하지 않는 걸 하며 즐거운 척을 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 즐겁지 않은데도 즐거운 척을 하거나 실제로 너무 즐겁다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어떤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해지는 게 좋다. 내가 나를 잘 안다는 것, 그 점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

물론 좋아하는 것만 하며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하는 건 지양해야겠지만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건 나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느낌이다.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는 느낌, 그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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