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 세밀한 행복
잠시 일을 쉬던 때였다. 새벽 두 시, 회사에 다녔다면 진즉에 곯아떨어졌을 시간이지만 그 당시 나에게 새벽 두 시는 이제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시간이었다.
거의 매일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한 친구의 한마디로 나의 잠은 금세 달아났다.
"나 요즘 메리지 블루인가 봐." 그렇게 시작된 친구와의 대화는 그 후로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메리지 블루가 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친구의 경우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우울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짐작하건대 결혼이라는 과정은 무수한 비교 속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나약한 마음이 언제, 어떻게 휘청일지 알 수 없는 그런 과정의 연속인 것 같다.
식장을 어디로 할지, 드레스샵은 어디로 할지, 드레스는 또 어떤 걸로 고를지. 하다 못해 가전이나 가구는 어떤 브랜드로 할 것인지 등. 모든 것이 내가 가진 예산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 안에서의 비교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선택을 한 적이 있을까, 싶게 결혼이라는 준비 과정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필요하다.
아마 나처럼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며 인생을 살아온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는 이 관문부터 꽤 낯설고 두려운 과정 일 것 같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집을 구하면서 시작된다고 했다. 정해진 예산으로 보금자리를 정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미션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나와 배우자의 직장 위치, 각자의 현재 주거지와의 연관성, 양가 부모님 댁과의 거리 등이 있고 또 마음 한편에는 어렴풋이 내가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동네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고민의 요소들이 예산이라는 한정적인 조건 안에서 맞아떨어지고 또 내 마음까지 충족시키는 최적의 위치를 찾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그럴 때 마음속의 눈은 슬며시 내 주변인들과의 비교로 옮겨간다. 친구들 중 누군가는 부모님이 여유가 있어 좋은 동네의 아파트를 마련해 줬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운이 좋게 결혼 전 청약에 당첨이 되어 신축 아파트를 자가로 시작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들려오는 주변인들의 여유 있는 시작은 당사자에게는 부러움이 되고 마치 인생이라는 레이스에서 그들은 나보다 저만치 앞선 출발선에서 시작한 사람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나는 남들보다 뒤처진 곳에서 출발을 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결혼으로 가는 과정은 그런 생각에 매몰되기 딱 좋은 때이다.
‘누구는 지난 주말 결혼했는데 OO호텔에서 결혼식을 했잖아.’
'XX 이는 시댁에서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해주셨다더라.'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의 결혼 뒤에는 으레 이런 말들이 따라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결혼은 어떤 식으로 전해질까?' 하는 생각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안에 단단한 중심이 없던 때라 내뱉고 나면 형체도 없이 사라질 말들을 붙잡고 나 혼자 의미를 골똘히 생각했던 것 같다.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서 이루는 건강한 가정의 모습.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얼마나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는지와 결혼 후에 지속되는 그들의 삶의 모습인데 말이다.
단 하루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퇴장하는 그 순간의 모습이 아니라 축제가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온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웃음의 색깔이라는 걸,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때론 잊고 사는 것은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