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튜브라도 괜찮아

by 나의 슈필라움

여름 휴가때였다.

남편의 일 특성상 미리 휴가 계획을 짤 수 없고 막내는 눈치껏 마지막 기간을 선택해야 했기에

국내 일정을 잡게 되었다. (올해는 꼭 태국에 비전트립을 가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새로 생긴 괜찮은 숙소를 정하고 일정을 짜고 맛집을 찾아보았다. 2박 3일의 일정이라 준비할 것이 많았다. 나름대로 아이들 옷가지와 준비물, 간단한 먹거리를 챙겼다. 기대하는 마음을 한껏 안고 여수로 떠났다.

아이들은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위에 드러눕고 너무 행복해했다. 그곳에서도 티비를 먼저 보려고 하길래 아이들을 달래서 리조트 안에 있는 수영장에 가자고 했다. 아이들은 호기롭게 래쉬가드로 갈아입고 씩씩한 걸음으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은 실외였는데 미끄럼틀이나 다른 기구들이 많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수영장에 뛰어들기 위해 나에게 말했다.


" 엄마 튜브는? " 속으로 생각했다.

'아 맞다. 또 깜빡했네.' 튜브 대여가 되긴 했지만 구매하는 게 나을만큼 대여비가 비쌌다.

"아~엄마가 깜빡했네. 엄마한테 매달려. 엄마가 인간 튜브 해줄게."

큰 아이가 짜증내기 전에 덩치 큰 아들을 어깨에 매달고 몸으로 놀아주었다.

한참 매달려 논 아이는 "엄마 인간 튜브 재밌는데? 엄마 안 힘들어? 엄마 이렇게 좀 해봐"

라고 말했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응 괜찮아. 너가 재밌다면 엄마가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지."

다음 날 몸살이 단단히 났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시간이었다.


아이의 ADHD 치료를 받으면서

이것이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든다.

병원에서 약식으로 진단을 받았을 때는 아니라고 했었는데

자가체크 리스트를 작성해보면 맞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성인 ADHD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각 항목에 대해 "자주 그렇다", "가끔 그렇다", "거의 없다"로 응답)


� 부주의 관련 항목

일상적인 실수를 자주 한다 (서류 작성, 이메일, 계산 등)

어떤 일에 집중을 유지하기 어렵다

일을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한다

해야 할 일을 자주 잊는다 (약속, 청구서 납부, 기한 등)

지시사항이나 설명을 듣고도 제대로 따르지 못한다

정리정돈이 어렵다 (책상, 일정, 파일 등)

시간 감각이 부족하여 지각이나 마감일을 놓친다

중요한 물건(지갑, 열쇠, 핸드폰 등)을 자주 잃어버린다

외부 자극(소음, 사람 움직임 등)에 쉽게 산만해진다


� 과잉행동/충동성 관련 항목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어렵다 (줄, 회의 발언 등)

대화 중 끼어들거나 상대방 말을 끝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감정 조절이 어렵고 쉽게 짜증을 내거나 흥분한다

충동적으로 말하거나 행동해 후회할 때가 많다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할 상황에서도 몸을 꼼지락거린다

자신도 모르게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속사포처럼 말한다

생각이 너무 많아 머리가 쉬지 않는 느낌이 자주 든다


챗 지피티에게 물어봤더니 각 항목에 5가지 이상이 체크되면 성인 ADHD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해당된다. 생각해보니 차키와 카드를 정말 자주 잃어버린다. 마감기한을 못 지킨다. 그래서 포기하는 일들이 많다. 업무 실수가 종종 있고 감정 조절이 힘들다. 대화 중 끼어들 때가 있고 나도 모르게 말을 많이 한다. 충동적인 행동으로 이불킥을 할 때가 많다.

약물과 행동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된다고는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이 된다.

지금 내 형편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고 생각했다.


실행기능이 약하기에 계획표를 세우고, 정리하는 일을 지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 시작하면 정리를 미친듯이 하지만, 계속 미루기에 영역을 정해서 조금씩 정리를 해야겠다.

아이들도, 나도 계획표를 세워 루틴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나도 나의 긍정적인 면을 보고 그 부분을 계발시켜서 나의 자존감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생각보다 창의적이고, 위기 대응 능력이 있다. 규칙적이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껴서 규칙적인 패턴을 좋아한다. 루틴만 만들면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과몰입을 하기만 하면 그 업무에 대한 성취가 꽤 있는 편이다. 흥미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면 된다. 그래서 스케쥴 기록을 매일 한다. 그럼에도 잊을 때가 많지만 기록을 하니 실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성공의 기록까지 가기 위해 노력중이다.


바꿀 수 없다면 인정하고 지나치게 자책하지 말것!

요즘 나에게 되뇌이는 말이다.

인간 튜브라도 괜찮다. 그렇기에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왜가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속 생각하자.

작가의 이전글병원을 옮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