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

완전하려 할수록 불완전에 가까워지다

by Seriel J

독자들의 mbti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나는 entj와 intj를 오가는 사람이다.
친구들은 "나는 퍼센트가 거의 중립에 가깝게 나오더라!"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중립은커녕 굉장히 극단적으로 나온다.
mbti가 과학이라더니 성격도, 일도, 인간관계도
모 아니면 도다.
참 이상하다. 이 문장을 적는데 왜 웃음이 나오는 것인가?
썩 그렇게 좋은 말도 아닌데 말이다.

교사였던 적이 있었다. 굉장히 심플하게 이야기하지만 사실이다.
그때는 내가 교사인지, 서류 더미에 간간히 숨을 쉬는
하나의 생명체인지 매일마다 자아를 찾았다.
정해진 형식에 꾸역꾸역 글자를 욱여넣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무엇이든 심플하게 받아들이는 게 힘든 병에 걸린 나는
서류 업무도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편히 잠을 자는 사람이었다.
단어 선택, 음절이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되었을 때의 매끄러움 등등
모든 것이 나의 기준에 부합해야 그날 업무는 마무리가 되었다.
정시에 퇴근한 날은 손에 꼽을 만큼 없었다.
집 앞 엘리베이터 옆에 붙은 거울 속 나의 얼굴을 보고
큰 충격에 빠진 적이 있었다.
갑자기 영화 속 남주가 여주에게 "지금 네 몰골을 봐!"라고 외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여주가 나와 너무 흡사해서 엄청난 공감력을 발휘하며 봤던 기억이 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회색 그 자체였다.
아, 회색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면 미리 사과하고 싶다.
완벽한 완전을 추구하다 보니 일 하나만큼은 똑 부러지게 잘했다.
나는 내가 참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출근을 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그 뒤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깨어보니 내 옆은 구급대원과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그렇다. 과로로 인해 쓰러진 것이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울음이 뭘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참 많이도 울었다.
그해 건강과 관련된 선고를 참 많이도 받다가
터질 것이 결국 터진 것이다.
그해 가을의 그 아픔이 아직 내 머리와 마음의
하나의 방처럼 자리 잡고 있다.
나는 나를 100점 증후군에 걸린 사람이라고 스스로 일컫는다.
100점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했고 1등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했다. 늘 그것이 완벽한 완전함이라고 여겼다.
세상에 완벽한 완전함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깨닫는 과정까지 읽었던 책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고
그 과정에서 받았던 상처들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불완전함의 미학'라는 말을 독자들은 들어보았는가?
왜 그런 말이 존재하는지 이제는 안다.
나라는 사람을 빚고 다듬으며
이제는 그 말이 주는 여운이 무엇이지 깨닫는다.
힘 빼고 사시라. 너무 힘주고 달려가지 마시라.
불완전함이 있기에 완전함도 존재하는 법.
다시 한번 감히 말한다.
힘 빼고 사시라. 너무 힘주고 달려가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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