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

실의 정성

by Seriel J

겨울이 어울리는 곳에 뜨개 공방이 생겼다. 직접 만든 목도리 하나쯤 인생에 남겨두고 싶어서 시작한 뜨개질. 목도리 하나가 완성되고 나니 욕심이 생긴다. 제일 자신 있는 목도리부터 여러 개 떠서 겨울 선물을 해볼까 마음을 먹었다. 누구에게 선물을 할지 일기장에 쭉 적어본다. 뜨개 공방에 가서 실을 사고 목도리가 완성될 때까지 선물해 줄 사람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그 사람과 그려 온 추억을 회상한다.
‘이 색을 좋아할까?’
‘선물을 받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따뜻하게 잘 하고 다닐까?’
‘어떤 봉투에 넣어서 줄까?’
‘편지도 한 장 적어 감동을 더해줄까?’
선물할 사람을 생각하며 어찌하면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다.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실을 바라보고 만지고 엮으니 실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로 연결된 사람의 인연. 시간과 정성을 담은 실은 엮이고 엮여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사람으로 귀결된 실은 사랑으로 승화되어 결국 수명을 다할 때까지 사람의 곁에 머문다.

머물다. 참 아름다운 표현이지 않은가.
자리를 내어주어야만 할 수 있는 행위가 머무는 것이 아닌가.
비록 그 자리가 냉골같이 차디차더라도.
비록 그 자리가 용암같이 뜨겁디뜨겁더라도.
비록 그 자리가 그저 온온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은 마음을 내어준 것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마음을 내어주고 자리를 내어준 자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며 살아가리.
비록 삐뚤빼뚤 초보의 실타래일지언정 그 마음만은 능숙하니.
그럼에도 불구한 그 마음 한 오라기 알아줄 이가 있을 터이니.
그이는 사랑이요. 그이는 나의 벗이요.

사랑의 아픔을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날 어루만져 주었던 실.
사랑의 아픔을 더 큰 사랑으로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날 안아주었던 실이 연결해 준 나의 사람들.
같은 곳에서 온온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란도란 대답해 주신 뜨개 선생님.

사랑이 결핍되어 곤고가 가득했던 인생의 일기장에서 깨달음을 얻고
사랑이 결핍되어 터널을 걷고 있는 자에게 글로 비롯한 사랑의 이치를 주어 한 줄기 빛이 되어주고자 마음먹었던 2025년의 끝자락.

결국 사랑 때문이었고 결국 사랑이다.
실에 맺힌 정성은 결국 사랑이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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