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풀 뜯어먹는 소리
한때 회복 탄력성 갈증을 앓으며 온갖 플랫폼에 그 다섯 음절을 적고 찾고 읽고의 무한궤도를 걸었다.
무엇을 그렇게 회복하고 싶었을까? 심지어 탄력적으로 회복하고 싶었나 보다.
회복 탄력성,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라는 표현이 참 쓰다. 세상은 안정된 심리로 살아가기에는 녹록지 않은 곳이고 저자의 디폴트는 불안정인지라 이 말은 모순으로 다가왔다.
참나, 원래가 안정적이지 않은데 어쩌란 것인가?
불안정한 사람이 안정 범주에 진입하기 위해, 것도 탄력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애를 쓰니 몸과 마음이 지친다.
뜬금없는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20대 초반, 전 남자친구랑 통영 갯벌 체험을 했다.
(노동과 놀이의 어중간한 경계선을 체험이라고 미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노동과 놀이의 어중간한 그 어딘가의 갯벌 체험에서 귀한 생명들의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
갯벌은 또 하나의 우주처럼 나름의 태양계가 존재했다.
다양한 생태계의 천국이었다. 꼬물거리는 모습들이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한참을 바라봤다. 한참을 서있었을까, 진흙이 발을 단단히 감싸기 시작했고 발이 빠진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발버둥 치는 나를 보고 58세쯤 돼 보이시는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내 몸을 확 잡아끌어 눕히시는 것이 아닌가.
"자전거 페달!" 다섯 음절을 외치시고 유유히 떠나시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 뒷모습을 보며 가르쳐 주신 대로 몸에 힘을 풀고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무리하게 힘을 주면 오히려 더 깊이 빠질 것 같아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신기하게 발이 서서히 진흙 속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가.
애쓰지 마시라. 회복해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니 나발이니 용쓰지 마시라. 위기가 오고 고비가 오면 오히려 드러누워 하늘도 한 번 더 보고 별도 달도 따 보고 천천히 움직여보시라.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위기와 고난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다. 신은 큰 선물을 주실 때 곤고라는 포장지에 싸서 주신다. 그 포장지를 벗기는 과정을 겪고 인내라는 배움의 시간이 흐르면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는 이 진리를 믿는다.
선물을 뜯을 때 포장지 벗기는 시간이 제일 설레듯, 내 인생에 곤고가 닥치면 오히려 드러누워 쉬어가시라. 감정에 잡아먹히지 말고 오히려 큰 선물이 무엇일지 기대해 보시라.
애쓰고 용쓰지 마시라.
그렇게 시간을 쓰기엔 당신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가.
숙제: 이 글을 읽으신 모두가 지금 당장 하늘 보고 잠시 쉬어갈 것
p.s_전남친 대식아, 세월이 참 많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네가 싫어ㅋㅋㅋ 못 지냈으면 좋겠어ㅋㅋ갯벌 추억은 고마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