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
"영은 선생님! 현정 선생님 말이야. 영은 선생님 반 어머님이랑 따로 보자고 이야기하더라!"
"네? 왜요?"
"나도 모르지. 저번에 자기반 학부모님이었다고 퇴사하기 전에 몰래 만나려고 그러나 봐!"
주임 교사까지 합세한다.
"무슨 일로 심각한 표정으로 이러고 있어요?"
"예현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현정 선생님이 저희 반 학부모님이랑 따로 만남을 가지실 건가 봐요."
지은이 대답한다.
주임 교사가 말을 이어간다.
"규정상 그러지 못하잖아요. 아니,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어머님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 걸까요?"
예현이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또 다른 미끼를 던진다.
퇴사 후 친했던 동료 교사가 전화가 왔다. 그동안 예현이 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교사들에게 나에 대한 거짓말을 여기저기 전하고 다녔다는 말을 들었다. 예현의 거짓말 속 나는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사랑을 독차지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당시, 꽤 충격적이었고 그 상처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으로 남아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화려한 복수극을 계획한 적이 있다.
막장 드라마 한 편을 찍어야 내 속이 풀릴 것만 같았다.
머리채를 잡아 뜯어야 하나, 동물원 우리에 집어넣어 코끼리 이빨이라도 닦여야 하나 별의별 상상을 다 해 봤다.
상처를 끌어안고 활활 타오르는 과거가 얼마나 뜨거웠던가.
어찌하면 그 상처에서 벗어날까 한참을 발버둥 쳤다. 미움은 증오로 번졌고 일거수일투족 당한 만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아직도 그 마음의 잔여물이 하나의 방이 되어 있다.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심리학에서는 예현과 같은 증상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본다.
1. 열등감 콤플렉스
스스로 가치 없다고 느끼는 불안이 크다 보니, 자신보다 우월해 보이는 사람을 끌어내려야 마음이 잠시 편해지는 경우.
2. 투사(projection)
자기가 느끼는 부족함, 질투, 분노를 인정하기 힘들어서 상대에게 덮어씌우며 욕하는 심리 메커니즘.
3. 자기애적 상처(narcissistic injury)
취약형 자기애 성향. 주목, 사랑, 인정을 강하게 원하지만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느껴서 타인의 우월함이 위협처럼 느껴지고 험담, 왜곡, 거짓말로 상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행동이 나타남.
생각해 보니 예현은 둘째 딸의 설움이 있었고 사적인 교우 관계에서도 교묘하게 한 명을 따돌려서 그룹톡을 만드는 등의 행동,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 선생님께 그만두신 간부의 험담을 이어 온 친구였다. 심리학적으로 원인이라 규명하는 것들이 모두 예현과 부합하는 것 같았다.
심리학 공부를 입문하려는 지금, 예현과의 일화가 다시금 떠오른다.
태산 같은 상처가 지금은 티끌의 얼룩이 되어 있다.
예현은 내가 미웠을까? 여섯 살 어린 조막만 한 계집이 무슨 설움이 그리 많아 그런 행동을 했을까?
예현은 내가 미웠던 건 맞을까?
미움이 아닌, 자신이 보잘것없어지는 감정을 견디지 못해 벌인 일은 아닐까?
의문점이 많다. 하지만 풀리지 않은 채로 두려 한다.
얼룩덜룩한 상처 하나쯤은 있어야 인생이다. 쌉쌀한 맛 끝에 달콤함이 가미되는 것이 인생이다.
그 쌉쌀한 감정을 승화시켜 '겸손'이라는 인생 공부를 했다.
오히려 나를 단련하는 연료가 되었고 공부의 결과로 꿈이라는 값진 선물을 받았다.
이제, 그 꿈들이 남은 인생의 새로운 문이 되어 줄 것이다.
예현이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신혼집에 코끼리 한 마리랑 칫솔을 선물로 보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