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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혜숙 Aug 12. 2021

궁궐이 내게 말을 건네다

과거의 공간에서 현재를 생각한다

궁궐이 내게 말을 건네다


                                                                         혜숙


  까만  어둠 속에서 불빛  휘황찬란한 교각만이 눈에 들어오는 한강변을 지나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서울에 대해 감탄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우리가 늘 보는 일상의 모습은 높이 들어선 고층 빌딩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아파트와 집, 수많은 사람들이라서 이렇게 아름다운 한강과 서울의 모습에  탄성이 나오며 서울 찬가를 외치고 싶어 진다.


  밤 풍경만이 아닌 햇빛 밝게 비치는 한낮, 서울 중심부를 지나면서 종묘,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을 한 번에 지나쳐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궁궐들이 금싸라기 땅 한복판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에 위엄을 느끼며 상대적으로 더 작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1392~1910년까지 지탱해온  조선의  궁궐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걸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라는 문명 속에서  과거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서울의 심장부에  웅장하게 버티고 서있는 고궁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대를 다시  조명해 보기도, 과거의 역사에서 수치와 영화를 함께 느껴 보기도 한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권력을 좀 더 굳건히 지키기 위해 개성을 버리고  선택한 한양은 천거한  모든 사람의 말과 근거 속에서 선택된 길지 중의 길지이다. 북악산을  뒤에 두고  한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의  명당자리로 인정하기도 하고, 한 왕조가 오백 년을  버텨온 좋은 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화려한  영광을 뒤로하고  일제강점기하에서  치욕을  당하고 끝내는 강점이라는 상태를 받아들인 장소라는 것이다.

   그러한 역사를 간직한  조선의 궁궐! 임진왜란 중에  소실되기도, 폐허로 존재하기도 했던 그런 공간들을 현재의 우리는 지켜야 할 문화유산으로, 민족의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공간으로 여기면서 궁궐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단절하지 않고 역사적 전통으로 이어오는 우리의 민족의식이야말로  현재를  더욱더  빛나는  미래로  연결해줄 단단한 고리인 것이다.

  코로나 전 주말이면  궁궐에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관람객으로 갔을 때 한 번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궁궐에게서 무슨 말을 들어야 할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궁궐 안의 왕족의 삶, 궁녀나 내시의 삶, 대신들의 삶, 궐 밖의 민초들의 삶,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비교할 수도 없는 삶일 수도 있지만 영원히 삶을 누리지 못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인생의 희로애락과 함께 스러져가는 모습, 누구나 겪는  개인적인 아픔  등에서 보면 인간은 그저 미약해서  한세월 견뎌내다 어느 순간 그 자리를 비워 주는 나약한 존재인 것이다.


   현재 어떠한 것을 누리며  살게 된다 해도  우리가 한 점과 같은 미미한 존재라는 작은 겸손함을 지닌다면  누구에게도 오만에서 비롯되는 무례를 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복궁의 경회루에서 옥새를 수양대군에게 반납했던 단종의 슬픔도, 그 훗날 세조가 된 수양대군이 요절한 자식으로 인한 인간적인 아픔도 같은 인간으로서 겪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떤 권력도 영원할 수도, 절대적일 수 없는 것이었기에 작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종대왕의  찬란한  업적 속에는  아들 문종의 희생과 인내가 숨어 있었다는  것에서도 궁궐에서 배우는 진리를 찾을 수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는.


 궁궐에서 산 사람들의  몇 백 년 전의  모습! 사료를 통해서 재조명할 수도 있지만 궁궐터를 밟으면서 그분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시간을 역행해서 과거의 시간들을 되돌아 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이 궁궐 방문에서 얻을 수 있었던, 들을 수 있었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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