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나서 느낀 빛남
귤과 맥주와 빛나는 별
식탁 위에 놓인 귤 하나가 열흘 넘게 그 자리에 있다. 몇 개 있을 때 한두 개씩은 가족 중 누군가 먹고는 했는데 이젠 그 누구도 이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어린 시절 귤과 바나나는 색감으로 미각으로 어린아이들에게 우선 1순위였던 과일로 빈부의 격차를 느끼게 해주었던 것 중 하나인데 나조차도 손이 가질 않으니 버릴 수도 없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아이들이 20대 때는 맥주를 요일 별로 일주일 분을 사다 놓고 언젠가 마시겠다고 준비하곤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런 맥주 몇 캔이 몇 년째 방치되고 있어 요리에 사용하려고 써도 되냐고 묻자 유효기간 지난 거라고 버리라고 한다. 버릴 것을 몇 년 동안 자리를 차지하게 했으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어디 버려지는 것들이 이것 뿐일까? 귀하다고 여겨지던 것들도 시간이 흐르면 낡고, 부서지고 해서 못쓰게도 되고 영원히 빛나는 것은 없게 마련이다. 어제 유튜브에서 100세 넘게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김형석 명예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들을 때 마음은 100세 넘게 살아오신 분이 깨달으신 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 와 100세를 넘게 살아오신 분의 어휘력이나 지적능력이나가 여전히 그대로이신지 그런 것들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계속 말씀 중에 강조하시고 있는 내용은 물질이나 외적인 것에 치중하지 말고, 정신적인 것, 내적인 것, 인간관계 등에 노력하라는 말씀이셨다. 젊은 시절 교수님의 수필집을 읽고 느낀 감동보다 더 깊은 울림이 내 마음 속을 감돌았다. 시간이 지나고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저 분은 저 빛을 밝히고 계시구나 생각하니 그 고귀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내 겉모습이 변해서 다소 초라하고 남루해지더라도 저렇게 빛남을 유지할 수 있다면을 계속 생각했다.
귤과 맥주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아이들이 잊힌 것은 마음속에 빛남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고 싶은 맛이었거나, 먹으면 힘이 솟는 효과가 있었다면 누군가는 남길 새가 없이 먹었을 것이나 그런 매력을 지니지 못했기에 구석에서 딩굴고 있게 된 것이리라. 그러나 교수님의 강의는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반짝이는 지성과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실함이 빛을 발해 우리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고 마음 속에 새겨 듣는 것이다. 백세가 넘도록 하늘의 별처럼 빛나게, 들의 꽃처럼 아름답게 살고 계신 김형석 명예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의 길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