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현산 자연 휴양림을 숙소로 한 주말여행

개심사, 마애삼존불상, 덕산 온천

by 권혜숙



마애삼존불상 개심사

기둥이 나무 그대로의 휘어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개심사)

개심사 경내
자목련


얼마 전부터 주말에는 휴양림을 예약해서 근처 문화유적지 및 관광지를 여행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국립공원이라고 지정된 휴양림들은 대체로 자연환경도 잘 보존되어 있고, 공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숙소 또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가게 된 휴양림은 서산에 있는 용현산 휴양림이다. 이름도 생소하고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다른 휴양림보다 늦게 마감이 돼서 예약한 숙소였다. 그래서인지 기대가 적어 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설렘이 적은 상태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취사도 가능해서 간단히 먹고 나니 벌써 어두워져서 밖에 산책하기도 내키지 않아 숙소에 머물다 별로 하는 일 없이 잠만 자게 되니, 아침에 눈을 뜨니 어떻게 오늘 하루 휴양림에서 즐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가'바로 근처에 마애삼존불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두 번이나 와본 곳이지만 산을 보러 온 것이 아니었기에 정작 부처님이 계신 산은 무슨 산인지도 몰랐던 곳이었다. 흥분한 마음으로 지도를 훑어보니 백제의 절 개심사도 주변에 있는 여행지로서 꽤 괜찮은 곳에서 머물게 된 것이었다. 원래 여행할 때 미리 찾아보고 움직이는 유형이 아닌 부부라서 뭐든지 즉석에서 결정하곤 한다.


일단 바위를 깎아 만든 마애삼존불상은 백제의 미소를 시간에 따라 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한 때는 휘장으로 막아서 빈틈으로 겨우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밝은 살 아래 당당하게 전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관광객마저 없어서 음미하면서 오래도록 앉아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면서 부처님의 미소와 얼굴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바위틈 사이로 진달래 꽃은 하늘거리고 봄빛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속에서 너무 감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무릉도원과 천국을 왔다 갔다 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 노력도 안 했는데 찾아오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절로 마음속에서 속말이 터져 나왔다.

휘장 속에 갇혔던 부처님보다 자유로운 부처님과 보살은'어느 때보다 환하게, 온화하게 미소 짓고 계셨다. 오랜 시간을 머물면서 그 공간을 흠뻑 즐기고 다음 장소 개심사로 향했다.


개심사도 역시 백제의 사찰로 마음을 열고 들어가고 볼 수 있는 절이다. 일반적인 사찰들은 들어가는 입구로 상징적인 문을 지나게 되는데 개심사는 경내가 봄날에는 벚꽃과 함께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기둥조차 휘어진 그대로 사용해 인위적인 느낌 없이 아주 여유롭고 한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밑에서부터 20분 정도 걸어 올라왔는데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그냥 마음이 "탁'하고 열려버렸다. 때를 맞춰 벚꽃은 흐드러지고 청벚꽃은 개화하려고 열심히 꽃망울을 키우고 있었다. 개심사에서 피는 청벚꽃은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라는데 이번에는 좀 빨리 와서 못 봤지만 내년에는 청벚꽃 개화시기를 미리 알아 보고 와야겠다. 여러 장의 사진도 찍고, 우리 아이들'어렸을 때 뛰놀던 모습도 기억해 보고 한가로움을 그냥 즐겼다. 모든 긴장됨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그저 따뜻한 햇빛을 느끼고 왔던 개심사에서의 시간은 온몸에 내리쬔 축복이었다.

의도치 않고 있다가 만난 행운! 노력하지 않았는데 누리게 된 여행의 기쁨에 올봄은 꽤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덕산 온천에서 여독을 풀고 서울로 오는 시간도 길지 않아 이번 여행은 용현산 휴양림이 가져다준 선물같이'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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