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원에서 손대현 장인의 옻칠에 머무르다.

몽유도원도와 옻칠 장인 손대현

by 권혜숙


접칠 소반

무계원 별채


건칠 달항아리

빙렬문의 장식장

안견 몽유도원도


무계원이라는 전통복합문화공간에서 서울시 무형유산칠장 제1호이자 대한민국 나전 명장이신 손대현 님의 작품들을 안내, 해설을 하게 되었다. 부암동은 몇 번 가보았는데 늘 다시 가보고 싶은 동네이고 무계원, 석파정 등이 있어 왠지 우리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듯하고, 고풍스럽고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다. 좋아하는 부암동 무계원에서 60여 년을 한결같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전수하고 계신 장인의 예술품을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시간들이라고 여겨져 관람객들과 즐겁게 만나고 있다.


무계원이라는 곳은 안평대군의 무계정사지가 있던 곳이다.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면서 계유정난을 겪게 되고 집현전의 학사들과 교유 중이었던 안평대군의 집도 터만 남게 되었다. 조선시대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 오진암이라는 고급요릿집으로 운영되었다가 호텔이 들어서면서 이축, 복원하여 무계원이라는 전통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을 묘사하여 안견이 그림으로 남겼는데 그 꿈에서 나왔던 모습과 비슷한 곳을 발견했는데 그곳이 무계원 근처였고, 그래서 여기에 무계정사를 짓고 집현전 학사, 예술인들과 교유하며 학문도, 풍류도 즐기면서 지냈던 곳이다. 당시 명나라 사신들이 안평대군의 글씨를 서로 다투어 얻어가려고 했다고 한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원본은 일본의 덴리대학에 있고, 무계원에 전시하고 있는 것은 영인본이니 아쉬움이 매우 크다.



이런 역사적 사연이 있는 공간에서 열리는 옻칠 장인 손대현 님의 작품들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작품들로 전시되어 있다. 워낙 공력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투자되는 작품이라 왕실 등 고위직에 있는 신분의 사람들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값이 고가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고 한다. 작품 하나를 만들려면 최소 6개월에서 수 년도 걸린다고 하니 제대로 된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 흔치 않은 걸 전시하고 있으니 열정을 다해 열심히 해설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전칠기는 나전과 칠기의 합성어이고 둘은 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전이라는 말은 조개, 소라의 "나'와 비녀 "전'이 합해진 말로 조개류 등을 비녀처럼 다듬어서 작품을 만든다는 말이다. 칠기는 옻칠을 말하는데 방수, 방충, 항균 작용을 하여 수명이 천 년에 이를 정도로 망가지고 부서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할 수 있다. 수십 번의 갈고 다듬고 칠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장인 정신을 보면서 철저하고 투철한 사명감도 볼 수 있었고, 실수를 용인하면 결과물에 이르는 동안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스승님의 말씀을 평생 지키고 계시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하시는 것을 동영상 속에서 보았다. 편법은 없다. 그냥 정도만을 지킬 뿐인 것이다.


칠기는 역사에서 천 년의 시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 문화유산이다. 다호리 고분에서 옻칠이 칠해진 그릇 속에 열매가 천 년 이상 남아 있을 수 있었고, 백제 무령왕의 무덤에서도 베개, 신발에 옻을 칠하여 썩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뿌리가 있어야 새싹이 나오듯이 우리의 전통이 숨 쉬고 있어야 법고창신도 하고 온고지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나전칠기의 예술적 전통을 더욱 값지게 여기고 귀하게 익혀 우리 후손에게까지 잘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하게 된다고 했으니 관심부터 가져야겠다.


무계원의 한옥의 정취도 느끼면서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에 푹 빠질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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