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정신이 그렇게 없는지 발길 닿은 곳엔 내 물건들이 늘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시댁, 지인 집, 친정 등 여러 곳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을 돌려받곤 했기에 분실하는 것에 대해 별 걱정 없이 살고 있다. 심지어 세상 밖 어느 곳에선지 잃어버린 기억조차 못했는데도 주인 찾아오는 물건을 보니 "인연이 있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돌아오는구나.'라는 감동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큰 이불을 건조해야 해서 셀프 빨래방에 남편과 함께 갔다. 남편이 물건을 옮기는 중에 셀프방 앞에 눈에 익은 가방이 놓여 있었다. 남편의 운동 가방 같아서
""가방 가져왔어요?'' 하니 안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더니
""어! 내 거네. 일주일 전부터 안 보여 찾았는데.''
아마 일주일 전 빨래방에 왔을 때 떨어뜨리고 모르고 분실했다고 생각한 가방을 오늘 드디어 조우한 것이다. 일주일 동안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가방과 누구도 가져가지 않고 보관된 가방이 너무 신기했다. 우리가 한 달 동안 안 올 수도 있었는데 가방과의 질긴 인연이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사람도 그런 인연이 있었던 적이 있기에 더 인상 깊다.
불과 몇 개월 전 소위 명품 가방이라고 생각한 것을 놀이터에서 전화하다 놓고 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밤새 비가 왔는데 그 다음날 저녁 늦게 찾은 일이 기억났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 정자에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던 가방을 보며 일순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너무나 멋진 이웃들에게 무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ATM 기계에 놓고 왔던 지갑과 카드도 경찰서에서 찾아가라고 연락이 왔던 기억 등 나에게는 이상하게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찾은 기억이 꽤 여러 번 있다.
세상 살면서 여러 인연들을 다시 만나곤 했던 기억들과 함께 물건들과도 인연이 깊은 만남은 나에게 세상과의 소통과 연결을 느끼게 해 준다. 세상이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이 느낌은 좀 과한 것일까?
아무튼 다시 돌아온 가방을 비롯한 모든 인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