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들이 내 애들은 맞아?!"
남편은 고함을 쳤다. 그리고 의자가 넘어지도록 벌떡 일어나더니 나가버렸다.
나는 위협을 감지한 피식자처럼 얼어서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앉아만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전혀 생각도 예상도 못한 의심과 그 안에 담긴 모욕의 의미를 깨닫고 몸이 떨리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도 더 한참 후였다.
그는 나에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진정으로 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하는 말일까? 의도를 알고 싶었다.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예기치 못하게 뒷통수를 호되게 얻어맏고 멍하니 얼어서 대꾸 한 마디 못하는 그런 바보짓을 이젠 그만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알아야 했다.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의도를 알까? 자신의 진심이 무엇인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는 할까? 알고 계산해서 그런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안다면 그런 배설같은 행위, 정말 쓰레기를 입밖으로 던져버리는 것 같은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텐데.
여기까지 생각이 흘렀을 때, 나는 절망했다. 본인이 의식도 못하고 하는 행동을 내가 어떻게 예측해? 본능 중에서도 저 밑바닥의 저열한 본능으로 움직이는 걸 내가 어떻게, 무슨 수로 알고 대처해? 끝이었다. 이제 더 이상은 함께할 수 없다. 눈을 가리고 무작정 칼을 휘둘러대는 사람을 나 혼자 계속 안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을 내렸음에도 나는 비겁하게 꼼수를 준비했다. 큰아이 졸업할 때까지만 참자고. 이제 몇년 남지 않았으니 그때까지만 참고 맞춰주자고. 논리로 따져봤자 더 악화되기만 할 뿐 소용 없으니까, 말해도 통하지 않으니까, 저건 병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그때까지만 최선을 다해서 참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경제적인 이유였다. 내 벌이만으로는 도저히 아이들을 키울 수 없었다. 당장 이혼을 하고 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있는 돈에 맞춰 다른 지역의 작은 집으로 옮기고 아이들을 전학시켜야만 하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아이들 환경을 유지시켜주고 싶었다. 아이들은 털끝만큼이라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꼼수를 부렸다.
맞춰준다는 것이 나르시시스트 남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모른 채로, 나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내 자신을 길바닥에 내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