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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by 혀크크

대한민국에서 거짓말 한 번 안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살면서 여러 번 거짓말을 했다. 그중 어떤 건 남을 위한 척했고 어떤 건 나조차 속였다. 누가 나를 속이는 건 싫으면서도 내가 하는 거짓말은 ‘괜찮은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줬다. 행복을 위한 작은 연극, 필요한 위장, 나는 이러한 명분으로 행복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


춤을 그만두겠다고 부모님께 말하던 날, 나는 진심을 감췄다. 공부가 하고 싶다는 핑계는 익숙하고 안전한 거짓말이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 춤이 나를 살아 숨 쉬게 하지 않았고 무용학원에서 흘리는 땀이 열정이 아니라 눈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꿈을 꾸다가 무너지는 사람보다 목표를 바꾸는 사람을 더 쉽게 받아들이니까. ‘공부’라는 명분은 참 신기하게도 모든 상황을 정리해 주는 만능열쇠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도 나는 여러 번 거짓말을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잘 지내는 척. 속이 텅 빈 날에도 웃는 얼굴로 “너무 좋아”라고 말했고 벼랑 끝에 서 있는 마음을 숨기고 “나는 강하다”라고 얼버무렸다.


그 거짓말들이 쌓이고 그 위에 내 일상이 놓였다. 하루하루가 연기처럼 느껴지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날들이 분명 있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거짓말들은 나를 무너뜨리기 보다 지켜줬다. 적어도 겉모습만큼은.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에 맞추기 위해 나는 진심을 숨겼고 그 숨김이 나를 조금은 덜 다치게 했다. 그렇게 나는 행복을 위한 거짓말, 그것도 결국은 생존의 기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떤 거짓말은 살아남기 위한 용기이며 진실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날이 있고, 진실만으로는 설 자리가 없는 세상도 있으니까. 진실만으로 살아가기엔 이 세상은 때로 너무 차갑고 온전히 솔직한 삶은 너무 비쌀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아주 가끔은 내 마음을 속이고 내 불안을 감추며 조용히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 정도 거짓말은 괜찮아. 날 지키기 위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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